'CIA 지시로 러 군수업체 정보 유출' 혐의
AP "러, 피고 99%에 실형… 최대 징역 20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32) 기자의 법정 심리가 비공개로 개시됏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게르시코비치는 이날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롬스크 지방법원에서 재판 절차를 시작했다.
이날 법원은 본격 심리가 시작되기 전 몇 분 동안만 게르시코비치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삭발한 모습으로 파랑·검정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채 나타났으며, 유리벽 너머 동료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나온 영사 담당 직원 2명도 잠시 법정에 입장했다. 다만 재판은 비공개로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엠마 터커 WSJ 편집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게르시코비치는 러시아 정권의 불법적인 소송에 직면했다"면서 "조작된 비난에 근거해 비밀리에 진행된 가짜 재판을 받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유죄 판결 후 미·러 죄수 교환 협상 관측도
AP는 게르시코비치가 유죄 판결이 받을 확률이 높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간첩 혐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데다가 러시아 당국 역시 공개적으로 게르시코비치를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AP는 "러시아 법원은 피고인 99%에 실형을 선고해왔다"면서 "게르시코비치는 최대 형량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미국과 러시아가 죄수 교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29일 취재 차 우랄산맥 지역인 예카테린부르크 방문했다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러시아 군수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WSJ와 미국 정부는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방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다. 다음 일정은 올해 8월 13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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