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패라지 "서방, 러시아 침공 자극"
브렉시트 논란, 재점화? 노동당 '선 긋기'
7월 4일 영국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방이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는 패라지를 견제하던 영국 정치권이 즉각 맹공을 퍼부었음에도 패라지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보수당·노동당 비판에도... 패라지 "내 말이 진실"
패라지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이 동쪽으로 (영향력을) 확장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잘못'인 것은 맞지만, '전쟁의 명분'을 제공한 서방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 영국 보수당·노동당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보수당 대표인 리시 수낵 총리는 "(패라지 대표 주장은) 완전히 틀렸고, 푸틴 손에 놀아나는 것이자 푸틴을 대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도 "역겹고 수치스러운 발언"이라고 가세했다.
이들이 앞다퉈 거친 비판을 쏟아낸 것은 영국개혁당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상황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하원 650석을 뽑는 총선에서 영국개혁당은 5석 확보가 예상된다. 많게는 17석을 얻을 수 있다. 6월 초 패라지 대표의 총선 출마 선언 전까지만 해도 영국개혁당 의석 확보는 예상되지 않았다.
정치권의 비판에도 패라지 대표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문을 통해 "진실을 말했다고 비난하지 말라. 과거의 실수를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이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이 있던 10년 전부터 줄곧 '서방이 러시아를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왔다면서 "나는 올바르고 정직하게 말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도 강조했다.
"노동당, 브렉시트 철회할 수" 보수당 운 띄우기?
한편 총선 국면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던 브렉시트(Brexit·2020년 영국의 EU 탈퇴)도 다시 이슈화하는 조짐이다. 보수당 의원인 케미 바데노크 사업무역부 장관이 21일 "브렉시트는 10~20년짜리 프로젝트인데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그동안 영국에서 브렉시트 부작용이 워낙 커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려 왔던 보수당이 '노동당이 집권하면 브렉시트를 철회할 것'이라 암시하며 공세를 편 것이다. 안정적 승리가 예상되는 노동당으로서는 대형 의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듯 "브렉시트를 철회할 계획은 없다"(스타머 대표)고 즉각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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