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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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등 재판없이 사살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살당한 민간인 희생자 18명에게 정부가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 14부(부장 나경)는 여순사건 희생자 18명의 유족 2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20명 원고들에게 최대 2억 1,500만 원 등 총 24억 원의 배상을 주문했다.
18명의 희생자들은 1943년 발생한 여순사건 과정에서 반란자들의 부역자, 협조자라는 이유로 사살된 민간인들이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조사 결과 이들 상당수는 보리 파종을 위해 두엄을 지고 가다가 연행된 농부, 외가에 피신하던 주민,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사, 반군에 끌려간 짐꾼 등 평범한 일반인들이었다.
앞서 정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관련 위헌 결정에 따라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해당해 민법상 장기소멸시효 5년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사건이 일어난 지 상당한 시일이 지나 유족들은 여순사건 위원회의 결정 이후에야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며 "위원회 결정 3년 이내에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단기 소멸시효도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인, 경찰 등에 의한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 사건의 희생자와 그 유족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희생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부모·자녀들에 대한 위자료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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