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명가 을지면옥 르포
2년 만 개점에 손님들 북새통
5층 신축 건물에 옛 간판 달아
맛은 그대로... 가격은 올랐다
재개발 철거로 서울 을지로를 떠났던 유명 평양냉면 노포 '을지면옥'이 2년 만인 올해 4월 종로에 문을 열었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19일 오전 종로구 낙원동 을지면옥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엔 짜증 대신 기대감이 묻어났다. 이날 처음 을지면옥을 찾은 남성준(28)씨는 "친구가 추천해 일부러 찾아왔다"며 "날씨가 덥지만 냉면 맛이 궁금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양모(33)씨는 "장소는 옮겼지만 고기 향이 나는 국물이 그리워 계속 오게 된다"고 했다.
종로 시대 연 '을지면옥'
을지면옥은 1985년 서울 중구 입정동에 처음 문을 연 뒤 37년간 한자리에서 영업했다. '우래옥' '평양면옥' '필동면옥' 등과 함께 서울 대표 평양냉면 노포로 꼽혔다. 하지만 2017년 가게가 위치한 을지로 세운지구가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이듬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을지면옥 보전 방안을 추진했지만, 주변 건물이 모두 철거되자 버티기가 어려웠다. 재개발 시행사와 보상 문제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했지만 패소해, 2022년 6월 을지로를 떠났다.
낙원동 옛 제일빌딩 자리에 새 둥지를 마련한 을지면옥은 지난 4월 영업을 재개했다. 이전한 을지면옥은 을지로 때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좁고 허름했던 과거와 달리 지하 1층·지상 5층의 넓고 깔끔한 공간이 됐다. 단층이었던 과거와 달리 3층까지 운영하고, 엘리베이터도 설치됐다. 다만 신축 건물 앞에 기존의 푸른색 글씨 간판을 그대로 떼어 달았다. 새 간판도 기존 서체를 사용했다.
달라진 공간에 시민 반응도 엇갈렸다. "공간이 넓어져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예전엔 화장실 사용 등이 불편했는데 훨씬 깔끔하다" 등 호평이다. 반면 "예전에는 낡았지만 오래된 맛집 같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을지로에 추억이 많았는데, 이전해 그런 추억을 느낄 수가 없다" 등 아쉬움도 있다.
냉면값 1만5,000원... 슴슴한 맛 여전해
냉면 맛은 여전하다. 을지면옥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육수를 내는데 슴슴하지만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고기 고명과 삶은 계란, 얇게 썬 파,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낸다. 면발의 질감과 미묘한 소금간이 미각을 일깨운다. 을지면옥 측은 "조리법은 39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했다.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메밀면 향이 잘 나지 않는 것 같다" "을지로 시절보다 국물이 진해진 것 같다" 등이다. 을지면옥을 즐겨 찾는 신모(48)씨는 "노포 분위기에서 먹다가 현대식 건물에서 먹으니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같은 음식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뉴 구성과 가격은 달라졌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수육과 편육 등 대표 메뉴는 그대로다. 다만 소고기국밥이나 불고기는 뺐다. 가격은 올랐다. 2년 전에 비해 냉면 값은 2,000원 올라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모두 한 그릇당 1만5,000원이다. 수육은 이전보다 5,000원 인상해 3만5,000원에 판매한다. 편육도 2,000원 오른 3만 원이다.
직장인 신모(34)씨는 "을지면옥 특유의 감칠맛 나는 냉면을 좋아한다"면서도 "냉면 한 그릇이 1만5,000원이나 해 부담스럽다"고 했다. 오모씨도 "안 오른 게 없다지만 가격에 비해 양이 적다"며 "젊은 층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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