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전세사기 의혹' 사건 다수 접수
'중국 임대인 전세사기'와 연루 의혹도
피해자 거의 사회초년생... 파혼사례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서 임대인이 20억 원에 가까운 규모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사기 의심 사건'이 터졌다. 경찰은 △이 건물이 또 다른 건물주인 중국 태생 임대인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 △관련자 및 주택 형태의 유사성 등에 착안해, 최근 관악구 일대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중국인 임대인 전세사기' 사건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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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관악구 신림동 A빌라 입주자 15명은 지난달 23일 임대인 서모(40)씨를 사기 혐의로 관악경찰서에 고소했다. 서씨는 임대차보증금을 바로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이, 처음부터 빌라의 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임차인들을 속이는 수법으로 총 19억500만 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임차인들은 계약 당시 서씨로부터 공통적으로 ①건물을 여럿 갖고 있어 자금에 여유가 많고 ②건물가격이 50억 원에 달해 선순위보증금이 있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1월 덜컥 이 건물에 강제경매가 개시됐고 3월에는 가압류가 들어오면서, 서씨는 임차인들에게 돌연 파산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입자들이 알아보니, 서씨는 해당 빌라만 소유했고, 50억 원에 달한다는 빌라는 경매감정에서 절반 수준인 28억6,000만 원의 가치만 인정받았다. 또 선순위보증금도 거짓으로 고지한 정황이 발견됐다.
임차인 대부분은 사회초년생으로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건물 세입자 김모씨는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파혼하거나 자녀계획을 포기한 세입자들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귀화 중국인 김씨와 연루?
임차인들은 임대인 서씨 외에도 중국에서 귀화한 김모(61)씨가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임차인들에 따르면, 서씨의 친척으로 소개받은 김씨는 임대차계약 당시 "내가 서씨의 대리인"이라며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 A건물의 한 세입자는 "관리인 김씨가 관리비나 월세 등을 조정해서 깎아줄 수 있다고 말을 하는 등 실질적 임대인 같아 보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서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김씨는 세입자들에게 "나는 관리인일 뿐, 서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고 발뺌했다.
알고 보니 김씨는 다른 건물에서도 관리인 역할을 하며 건물의 실질 운영을 도맡은 것으로 보인다. 신림동에 위치한 B건물의 세입자들도 현재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인 집주인 천모(41)씨로부터 "김씨는 내 친척이자 관리인이라, 계약 관련 대화는 김씨와 하면 된다"고 안내받았다고 한다. 일부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인 전화번호에 김씨의 번호가 기재됐다.
김씨는 따로 자기 이름으로 직접 임대업도 하고 있었다. 신림동 일대 C·D건물의 임대인인 김씨는 최근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두 건물 세입자들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총 20세대가 넘게 고소를 진행한 가운데, 미반환 보증금 규모는 최소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씨의 배우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집주인 심부름으로 대신 계약해준 것일 뿐 A건물 임대인과는 아무 관련 없다"며 "중국인 임대사기와 관련해서 전혀 모르고 경찰 조사에서 답변하겠다"고 해명했다.
몸통은 중국인 동포 일당?
세입자들은 김씨가 올해 초 관악구 일대에서 벌어진 '외국인 임대인 전세사기' 사건과 연관된 건 아닌지 의심한다. 김씨와 연관된 A·C·D건물과 과거 전세사기 의심 건물의 건축사사무소가 모두 일치할뿐더러, 건물 외양도 매우 비슷하다. 또 A건물과 동일한 이름의 건물 세 채가 모두 중국인 임대인들의 소유로, 현재 전세사기 의혹 대상 건물이다. 임대인은 각각 다르지만 이들이 동일한 배경을 등에 업고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공모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경찰은 임대인 서씨와 김씨에 대해 조사하면서 기존 중국인 임대인 전세사기 고소건과 연관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중국인 임대인과 관련한 사건들이 추가로 계속 접수되고 있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병합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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