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액 모두 변제"
200억 원대 회삿돈을 십여 년간 빼돌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훈 전 백광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백광산업은 막힌 배수관을 뚫는 용해제 '트래펑'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0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회계 담당 임원 박모씨와, 벌금 3,000만 원 판단을 받은 백광산업의 항소는 기각했다.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 자금 약 229억 원을 빼돌리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보고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돈으로 호화 가족여행을 다녀오는가 하면, 자녀 유학비로 7억 원을 사용하고, 증여세∙소득세 등 각종 개인 세금까지 납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3월 분식회계가 적발돼 조사를 받던 와중에도 23억 원을 추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김 전 대표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고에서 돈을 꺼내쓰듯 회사자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횡령·배임이 일상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며 "임원들의 만류에도 범행을 계속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뒤처리는 결국 임직원 몫이 돼 박씨도 법정에 서게 됐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양형 부당'이 쟁점이었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김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전 대표는 실형을 면하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발각을 염려한 임원들의 만류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은 사정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보인다"면서도 "배임죄 피해액을 모두 회복했고 이미 11개월 가량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3월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사 지분 22.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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