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설명 없어… "정권 눈치 보나"
與 '상임위 보이콧'에 행정부도 편승
장관들 불출석… 野 "보이콧 방지법"
"오찬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최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 한 달 전 잡아 놓은 조태용 국정원장과의 오찬 약속을 갑자기 취소하겠다는 통보였다. 이유를 물었지만, 명쾌한 답은 없었다. 22대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상견례 자리도 아니고, 이미 임기를 마친 지난 21대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자리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일 "안보엔 여야가 없다는데 밥조차 못 먹을 정도로 정부기관들이 정권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정보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는 민주당이 여당 몫 상임위원장을 의식해 비워둔 지라 지난 5일 22대 국회 개원 보름이 넘도록 상임위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외통위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위원장이 없으니 공식 업무보고를 못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각 부처에서 서면 업무보고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해도 너무한 것 같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국방위의 한 민주당 관계자도 "국회 협력관들이 인사 한 번 온 게 전부"라고 했다.
실제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등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안보 관련 상임위에서도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는 부처들이 출석을 꺼리면서 사실상 업무 공백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회 안 오는 장관들… 당일 취소하기도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는 정부부처의 행태는 갈수록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심지어 업무보고 당일 취소한 부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상임위 소속 송재봉 민주당 의원실은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퇴근 직전 업부보고 취소 통보를 해 황당했다"며 "대단한 자료도 아니고 관례상 받는 업무보고조차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상임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국토교통·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일제히 업무보고·현안질의를 열었지만,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두 불참했다. 19일 보건복지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20일 환경노동위원회의 업무보고·현안보고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민주당에서는 청문회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날 "이러한 현실이 장관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행정부의 '업무보고 보이콧'을 사전 차단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상임위는 국회법에 따라 국무위원 등의 출석을 요구할 권리(121조)가 있지만, 처벌 조항은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정부 측 관계자들은 "여야 간사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불출석 사유를 대고 있지만 법상 소환 주체는 해당 '위원회'지 '여야 간사'가 아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출석 요구에도 불구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벌칙 조항을 신설해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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