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무죄 확정... 판례 변경
"백색실선 의미, 통행금지 아니다" 판단
진로를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의 차선인 백색실선을 노란색 중앙선처럼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금지 표지로 해석해, 이 위반으로 인한 사고를 무조건 형사처벌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백색실선 침범은 12대 중과실 위반 사유 중 하나인 '안전표지 지시 위반'이 아니므로, 12대 중과실 사건처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찰 상고를 20일 기각하고, 공소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차의 진로 변경 제한을 표시하는 안전표지인 백색실선은 일반적인 통행금지 안전표지와는 달리 취급된다"고 판단했다.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로 해석하는 건 백색실선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A씨는 2021년 대구 달서구 앞 도로에서 1차로에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 A씨 뒤에서 2차로를 주행하고 있던 택시는 추돌을 피하기 위해 급정거했고, 그 과정에서 택시 승객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건 쟁점은 A씨가 진로 변경 시 가로지른 백색실선의 성격이었다. 이 선을 통행금지로 보는지, 아니면 진로변경 금지로 보는지에 따라 A씨의 형사처벌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사람이 다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반의사불벌)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 특례조항이 적용된다.
다만,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특례조항에 해당하더라도 처벌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통행금지 또는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 지시를 위반한 경우인데, 이때는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이 사건 담당 검사는 이 단서를 적용해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로 해석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진로변경 금지로 해석해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백색실선 위반) 처벌 당위성에 대한 국민 여론의 합의 또는 지지가 존재하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빈번하고 다양하게 사용되는 백색실선을 해당 단서에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한지 알 수 없다는 취지였고,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백색실선에서 진로변경을 한 후에도 그 방향으로 차량이 계속 진행이 가능한데도, 이를 통행금지 위반으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교특법 제정 당시 진로변경 제한선이 없었고, 지금까지 해당 조항의 단서 부분이 변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교량이나 터널에서 백색실선을 넘어 앞지르기하면 별도의 처벌특례 배제사유가 규정돼 있는 만큼, 백색실선을 통행금지로 해석하지 않아도 중대 교통사고 발생 위험은 적다고 봤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백색실선이 통행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특법의 입법 취지에 반해 형사처벌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통행금지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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