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라키'의 문제점
국내 시청자들 외면한 이유
K-학원물 소재 향한 우려 늘어
그간 풋풋함으로 대결했던 K-학교물이 어느 순간 좀비, 마약, 학교 폭력 등 장르적인 요소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시지가 없는 장르물은 자극만 남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는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주신고등학교에 비밀을 품고 입성한 전학생이 그들의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하이틴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그간 '지금 우리 학교는' '약한영웅' '피라미드 게임' 등 국내에서 학생들을 소재 삼은 K-하이틴 장르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학교 폭력이나 실제 벌어지고 있는 교내 마약 사건, 또는 좀비처럼 각기 다른 색채가 K-하이틴 장르의 강점이었다. 여기에 '하이라키'도 K-하이틴 열풍의 수혜를 얻어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하이라키'는 10대를 주인공으로, 학교를 배경으로 다루면서 선정적이고 과한 설정만 남긴 모양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의 불법 촬영물 유포가 이 이야기의 가장 중심에 있는 사건이지만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학교 폭력을 당한 형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잠입한 강하(이채민)의 서사보다는 재이(노정의)의 불안정한 감정이 더욱 집중적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강하와 재이의 사건을 다루면서 일관적이지 못한 작품의 메시지가 몰입도를 와해시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순서도 어지럽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미성년자의 임신과 유산, 불법 촬영 피해, 학교폭력, 성관계 암시, 살인까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점이다. 현 시점의 하이틴 스타인 노정의 이채민 이원정 등의 호연은 이야기에 가려졌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배현진 감독은 이 이야기가 계급 간 갈등 속 인물들의 성장을 다룬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결말에서는 재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본래의 계급 안에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한다. 재이의 경우 학교폭력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한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엔딩을 맞이했다.
지나치게 선을 넘은 탓에 '하이라키'는 학원물의 병폐를 꼬집는 장치가 됐다. 자극을 위한 장면, 소재, 캐릭터가 점철된 결과다. 금기를 깬 고등학생들은 이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학생들을 다루지만 정작 미성년자 관람 불가 장르로 학생들의 공감은 얻지 못하는 게 K-하이틴, K-학원물의 위치다. 자극만 좇기보다는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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