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전반기 의장, 임기 한 달 남기고
해외 연수 취소되자 급하게 계획 수정
수천만원 혈세 들여 수행비서까지 대동
대부분 1차 정례회 기간 중 일정 강행
전남 일선 기초의회 의장들이 회기 중 단체로 외유성 제주 연수를 다녀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반기 의장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두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혈세를 들여 수행 비서까지 동원한 채 연수를 다녀왔다.
17일 전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전남의장협의회)에 따르면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여수·순천·강진·영암·무안·함평·완도군의회를 제외한 15개 시·군의회 의장들이 지난 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중순 쯤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연수를 계획했지만 전염병과 지진 등 현지 사정으로 취소되자, 의장 임기가 끝나 자칫 연수를 못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부랴부랴 국내 연수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 일정은 1시간 남짓한 활동평가 보고회를 제외하면 이호테우 해변, 4·3 평화공원, 산방산유람선, 제주 동문시장, 워터서커스 공연 등 제주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짜여졌다. 의장협의회의 연수목적은 '각 시군 의장 간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 이지만, 이달 말 전반기 의장들의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어서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각 시군이 의사 일정 기간 중인데도 연수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1차 정례회가 끝난 장흥군의회(3~13일)와 회기 일정에 돌입한 담양군의회(17~28일)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 의장들은 모두 정례회 회기 중이었다.
이번 연수는 전남의장협의회로부터 기금 2,400여만 원을 지원받아 추진됐다. 도내 각 시군의회가 연간 1,000만 원의 분담금을 대한민국 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에 납부하는데, 이 중 일부를 전남의장협의회 기금 명목으로 다시 돌려받아 사용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남의장협의회는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도내 각 시군에 의장 수행비서(1~2명) 몫으로 1인당 90만 원씩 예산을 마련해 달라는 공문까지 발송했다. 수행비서 총 경비도 1,500여만 원에 달했다.
이렇게 마련된 연수비는 1인당 항공료 20만 원, 호텔비 26만 원, 식비 30만 원과 함께 간식 및 의약품비 100만 원, 가이드 수고비 60만 원, 관광지 입장료 108만 원, 회의실 대관료 120만 원, 차량 대절 210만 원 등으로 사용됐다.
강필구(영광군의회 의장) 전남의장협의회장은 "임기는 끝나지만 정보 교환 등 끈끈한 인연을 만들 필요가 있어 제주 연수를 기획했다"며 "회기에 최대한 지장을 안 주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뜬 의장도 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연수는 전남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군 간 협력과 의장 임기 이후에도 의장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면서 "(의장들이) 시골 노인들처럼 연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비로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의정 발전을 위해선 당연히 연수도 필요하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도저히 목적에 부합하는 연수로 보이진 않는다"며 "특별한 목적도 없이 제주도에서 1인당 하루 50만 원이 넘는 지출을 납득하는 시민들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은 주민들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의장은 그들의 대표자"라며 "기초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번 국내연수에 불참한 A의장은 "회기 기간 중 연수 참여는 당연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불참했다"면서 "각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장은 다른 의원들 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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