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장년 노동시장 현황과 개선 방안'
젊은 층 줄어드는데… 중장년 활용 못 해
'분석·사회' 능력에도 '반복·신체' 직무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바꿔야"
직장에서 전문성을 뽐내던 수많은 김 부장은 왜 퇴사 후 택시 운전, 아파트 경비를 하게 될까.
한국에선 청년기 자료 분석, 조직 관리 등 전문성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던 이들도 50대를 기점으로 단순 육체노동에 종사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젊은 층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노동공급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 중장년층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이런 내용의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노동인구로 불리는 25~54세의 경우 2009년 정점에 이른 후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55세 이상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장년층 경제활동 참여가 느는 데 비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연구를 수행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직무를 분석·사회·서비스·반복·신체 다섯 가지로 분류, 1998~2021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이용해 직업별 직무 성향과 취업자 연령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20~75세 남성 취업자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석·사회·서비스 직무 성향은 낮아지고, 반복·신체 직무 성향은 높아졌다. 연구·관리직 등 분석·사회 직무 성향이 높을수록 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다. 분석·사회 직무 성향은 30대에서 가장 높고, 50대 이후 감소폭이 컸다. 나이가 들수록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것이다.
50세를 넘겨 실직, 퇴직 등으로 경력이 단절돼 이직하면 기존 일자리보다 분석·사회 직무 성향이 낮고, 반복·신체 직무 성향이 높은 일자리로 재취업할 확률이 높았다. 여성은 분석 직무 성향이 20대에 가장 높았다가 지속 감소하는데, 출산·육아 경력단절로 남성보다 이른 시기에 일자리 질이 하락했다. 중년 이후엔 직무 구성 변화를 덜 겪었다.
단순 연령에 따른 생산성 차이에서 기인된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KDI 관점이다. 미국은 근로자 연령과 근속연수가 함께 증가, 50대 이후에도 분석 직무 성향 일자리 종사자 비중이 거의 감소하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중장년층 근로자는 능력이 있어도 분석·사회 직무 일자리에 채용되지 못하는 등 직무 단절 발생에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중장년층의 직무 단절, 고용 불안정성은 중장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 개선을 위해 우선 중장년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 시 일자리 질을 낮추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무 내용, 성과 위주 임금체계 확대 도입으로 직무 연속성을 확보해야 중장년층 인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도 조기 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아, 정년 연장보다 정년 퇴직 후 재고용제도 활용이 실효성 있을 것이라는 제언이다.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여성 인력과 관련해선 일·가정 양립 지원, 가족 친화적 근로환경 조성으로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에 여성이 남아 있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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