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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극우 돌풍... 마크롱·숄츠 울고 멜로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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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극우 돌풍... 마크롱·숄츠 울고 멜로니 웃었다

입력
2024.06.10 18:30
수정
2024.06.10 21:4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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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 제10회 유럽의회 선거… 잠정 결과
영향력↑ 극우 세력에… 유럽 '우향우' 예상

9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유럽의회 선거 잠정 결과에서 RN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9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유럽의회 선거 잠정 결과에서 RN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환호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6~9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유럽의회 내 영향력을 크게 늘린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연합(EU) 입법부를 꾸리는 것이지만, 각국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이에 각국 정부의 희비도 확연히 엇갈렸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했고,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의 차기 지도부를 좌우할 '킹메이커'로 급부상했다.

6~9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관련 유럽의회가 9일 오전 11시 38분 기준으로 발표한 잠정 결과. 유럽의회 홈페이지 캡처

6~9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관련 유럽의회가 9일 오전 11시 38분 기준으로 발표한 잠정 결과. 유럽의회 홈페이지 캡처


중도우파 1위 지켰지만… 극우 영향력↑

유럽의회가 10일 오전 11시 38분 발표한 유럽의회 선거 잠정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선거 결과(705석 중 176석, 25.0%)와 비슷한 수준이다. EPP 대표 후보로서 집행위원장 연임을 노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9일 선거 윤곽이 드러난 뒤 "강한 유럽을 위해 여전히 다수가 중도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우 정치그룹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지지도 분명했다. 강경우파 정치그룹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은 73석(10.1%)을, 극우 정치그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58석(8.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정치그룹에 속해 있지 않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헝가리 정당 피데스(Fidesz)도 각각 15석, 1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단순 합산하면 156석(21.7%)에 이른다.

반면 중도 및 좌파 성향 정치그룹의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다만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37석(19.0%)을,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이 79석(11.0%)을 차지해 제2, 3당 자리를 지키면서 기존 의회에서 협력해온 EPP, S&D, 자유당그룹은 겨우 과반(401석·55.69%)을 사수했다. 기후 의제를 선도해온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기존 71석(10.1%)에서 52석(7.2%)으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약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유럽 각국에서 이미 극우 정당이 이민 정책, 고물가, 친환경 규제 등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를 등에 업고 급속도로 세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등 인구 규모가 커 의석수가 많이 배정된 국가에서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기는 했으나 27개국 전체로 보면 예상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참패' 마크롱 "의회 해산"... 멜로니 '킹메이커'로

유럽 양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극우 정당의 부상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가 종료된 9일 오후 영상 연설을 통해 선거 참패를 예상하며 의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회 선거가 종료된 9일 오후 영상 연설을 통해 선거 참패를 예상하며 의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RN 득표율(31.4%)이 자신이 속한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득표율(15.2%)을 두 배 이상 앞지를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9일 오후 8시 발표되자마자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의회 해산권을 발동했다. RN은 물론 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의 국내 정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던진 '승부수'로 풀이된다. 다만 총선에서마저 질 경우 마크롱 대통령 입지는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이기도 하다. 프랑스 조기 총선 날짜는 오는 30일(1차 투표), 다음 달 7일(2차 투표)로 잡혔다.

독일에서는 연립정당을 꾸린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이 모두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속한 SPD는 13.9% 득표율(10일 오후 2시 26분 기준)을 차지하며 3위를 차지했다. 득표율 30%로 1위를 차지한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30.0%)에는 물론 극우 정당 AfD(15.9%)에도 진 것이다. 이에 독일에서도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독일 정부 대변인은 "예정된 총선 투표일은 내년 가을"이라고 선을 그었다.

10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바빌라 광장 벽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멜로니 총리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 대표로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10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바빌라 광장 벽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형상화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멜로니 총리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 대표로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반면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가 이끄는 Fdl이 1위를 차지하면서 Fdl이 속한 ECR의 약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멜로니 총리는 강력한 이민 정책, 이탈리아 경제 성장 등을 바탕으로 국내 정치 입지를 다져왔다. ECR은 현재 극우 ID와 중도우파 EPP로부터 '협력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에 멜로니 총리가 유럽의 정치 구도를 좌우할 인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의 잠정 투표율은 51%로 집계됐다. 1994년(56.7%) 이후 최고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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