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생포, 포경기지에서 관광기지로
지난해 153만 명 방문 '역대 최다'
고래탐사 등 전국 유일 고래관광지
오는 20일까지 수국축제도 열려
“할머니할아버지는 추억여행을 할 수 있어 좋고, 엄마아빠는 꽃놀이를 즐길 수 있어 좋고, 아이들은 고래를 볼 수 있어 좋고! 3대가 손잡고 갈수 있는 관광지로 이만한 곳이 또 있나요?”
지난 5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일찍부터 징검다리 연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부모님을 모시고 7살 아들과 함께 고래문화마을을 둘러본 김주희(40)씨는 “고래 해체장, 고래기름 착유장 등 각종 고래 관련 콘텐츠부터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교실과 문방구, 달고나에 화사한 수국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만한 여행지”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내 최대 포경 기지였던 장생포가 관광기지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153만3,901명으로 2008년 고래문화특구 지정 이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매일 4,000명씩, 마을 전체 인구의 5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장생포를 다녀간 셈이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 우수특구, 한국관광공사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과 ‘강소형 잠재관광지’, 문화체육관광부의 밤이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 밤밤곡곡100선’과 ‘지역문화매력100선’, SRT매거진 ‘최고의 여행지 10선’ 등에 선정됐다. 매일 고래문화특구 일대를 산책한다는 한 60대 주민은 “사계절은 물론 아침과 저녁 풍경도 달라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장생포의 매력을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사시대부터 고래의 고장인 장생포는 한때 포경선 20여 척과 인구 1만여 명이 상주하는 큰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고래를 잡고, 해체하고, 이를 내다팔며 생계를 꾸렸다. ‘울산 군수 하느니 고래잡이 배를 탄다’고 할 만큼 고래로 풍족하게 먹고 살던 시절이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1986년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 장생포를 떠났다. 쇠퇴하던 마을은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실물 고래골격과 포경유물을 전시한 고래박물관, 4마리의 돌고래 가족을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 울산항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모노레일, 1960~70년대 마을 모습을 재현한 고래문화마을 등 각종 시설엔 평일에도 관람객이 줄을 잇는다. 백미는 국내 유일 고래탐사선인 고래바다여행선이다. 고래탐사는 장생포항을 출발해 강동, 화암추 동남방면 등 울산 연안을 돌아오는 3시간 코스로 매년 4~11월 운행한다. 고래 발견율은 2021년 14.55%(55회 출항·8회 목격), 2022년 7.14%(140회 출항·10회 목격), 2023년 5.26%(133회 출항·7회 목격)로 높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짜릿하다. 올해는 정기운항 개시 후 처음으로 지난 8일 오후 3시 25분쯤 승선객 152명이 장생포 남동쪽 18.5㎞해상에서 참돌고래 1,000여 마리와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최근에는 고래 뿐 아니라 수국 명소로도 인기다. 남구는 2019년부터 장생포 고래광장 인근 앤드리스 서머, 주디, 베르나 등 수국 35개 품종 3만 그루를 심어 2만5,500㎡ 규모 축구장 4배에 달하는 수국정원을 조성했다. 오는 20일까지는 ‘장생포, 수국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수국페스티벌이 열려 수국연날리기, 수국화관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과 버스킹 등 다양한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은 “축제 개막 사흘 만에 14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초여름의 푸른 하늘과 수국이 어우러진 장관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장생포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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