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론, 대만 전방서 '통일' 암시 전단 살포
"폭탄 투하할 수도 있다는 뜻" 현지 우려 커져
드론개발업체 소행 추정..정부 개입은 불확실
중국 드론개발업체가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이 지난 8일 대만 최전방 섬인 진먼다오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홍콩 명보 화면 캡처
대북 전단과 북측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으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에서도 중국에서 날아온 '통일 전단'이 안보 이슈로 부상했다.
10일 대만 포커스타이완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의 한 네티즌은 지난 8일 원격 조정 드론을 띄워 대만 진먼다오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투하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비행 모습을 촬영했고, 이 동영상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서 8~9일 이틀간 공개됐다.
진먼다오는 중국과 불과 2km 떨어져 있는 최전방 지역으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때마다 군사적 긴장감이 급상승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단지를 습득한 현지 주민에 따르면, 전단에는 "(대만) 동포 사랑은 놓칠 수 없다", "(대만의 중국으로의) 귀환은 시대적 의무", "중국을 쪼개선 안 된다" 등 대체로 양안 간 통일 필요성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또한 대만인들에게 단오절(6월 10일) 인사를 전하는 말들도 포함됐다. 진먼다오 경찰 당국은 전파 공격을 준비했지만, 드론이 진먼다오 상공을 이미 빠져나가 격추에 실패했다고 포커스타이완은 전했다.
대만에선 2022년 8월에도 최전방 섬 얼단다오에 중국 측에서 보낸 드론이 출현, 군사 대비태세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중국 측 드론이 대만 상공까지 날아와 정치 선전물을 투하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8월 31일 바다 건너 중국 샤먼 시가지가 훤히 보이는 대만 진먼다오 북단 마산관측점 인근 해안에 중국군의 상륙을 저지할 목적인 '용치'가 설치돼 있다. 진먼다오=김진욱 기자
중국 드론에 최전방 영공이 뻥 뚫린 것으로 드러나며 대만은 발칵 뒤집혔다. 대만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의 왕딩위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드론이 뿌린 게 정치 선전물이건 오물이건 중국 드론이 진먼다오의 방어 사각지대를 비행하고 다닌 게 문제"라며 "중국 드론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이 뿌린 게 이번엔 전단이지만 앞으로 폭탄을 투하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현지 주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진먼다오 당국은 성명을 통해 "중국은 드론을 조종해 전단지 등을 투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또한 경찰에 드론을 날린 배후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전단 살포 드론 비행'에 중국 정부가 개입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동영상을 공개한 네티즌이 사용한 더우인 계정명인 '중리과학기술회사'는 2018년 푸젠성에 설립된 회사로, 남중국공대 등과 협력해 드론을 개발해 온 기업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해당 동영상은 10일 현재 더우인 등에서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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