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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신중현이 비틀스·퀸 옆자리에?...'역대 최고 명반 300'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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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신중현이 비틀스·퀸 옆자리에?...'역대 최고 명반 300'에 들었다

입력
2024.06.1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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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들국화, 미국 음악매체 '팝 명반 300'에
K팝 파워로 옛 한국 대중음악 관심 커져
1980년대 가요·인디밴드 듣는 해외 팬 늘어
"이문세, 김현철, 장필순, 임재범도 찾더라"

들국화 데뷔 앨범 커버.

들국화 데뷔 앨범 커버.

그룹 들국화와 기타리스트 신중현이 비틀스, 퀸, 밥 딜런과 나란히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유명 음악 매체인 ‘페이스트’가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역대 최고의 명반 300선(The 300 Greatest Albums of All Time)’에 신중현과 엽전들의 첫 앨범(1974)이 281위, 들국화의 데뷔 앨범(1985)이 294위에 올랐다. 영미권의 주요 음악 전문 매체가 뽑은 명반 목록에 한국 음악이 포함되는 일이 매우 드문 일이어서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페이스트가 39명의 필진에 의뢰해 선정한 이번 명단은 주로 영미권 팝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언급되는 앨범들로 채워져 있다. 흑인음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평단 트렌드를 반영하듯 스티비 원더의 ‘Songs in the Key of Life’가 1위에 올랐고 큐어, 케이트 부시, 프린스, 비틀스, 아웃캐스트 등이 뒤를 이었다.

페이스트 "들국화, K팝 형성에 중요 역할"

눈에 띄는 건 아시아 음악의 약진이다. 일본 록 밴드 피시만스의 ‘Long Season’(1996)이 7위로 롤링 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의 앨범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고, 시티팝 열풍의 주인공인 야마시타 다쓰로의 ‘For You’(1982)가 135위에 오르는 등 일본 음악가의 앨범이 5개나 선정됐다. 페이스트 측은 “아시아 언어로 제작된 앨범을 포함시킨 건 전 세계 음악의 주요 작품을 논할 때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틴 문화권이나 비영어권 유럽 국가에 비해 아시아 음악가들 앨범이 많이 뽑힌 건 평단의 관심사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중현과 들국화의 앨범에 대한 해설을 쓴 매트 미첼은 한국일보에 “신중현은 한국에 사이키델릭 록을 전파한,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보내왔다. 그는 “들국화는 K팝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명단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현이나 산울림에 비해 해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들국화가 명반 목록에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원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페이스트는 다른 음악 매체에 비해 젊은 필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K팝의 영향으로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필자들이 신중현처럼 알려진 음악가 외에도 들국화 같은 옛 한국 음악을 찾아 듣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첼은 들국화의 앨범을 소개하며 “동시대 차트 상위권을 장식했던 아레나 음악(대규모 관중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란 뜻으로 대중친화적 선율과 강렬한 후렴구, 볼륨이 큰 기타 연주 등이 특징인 음악)과 현대 K팝의 놀라운 후크(반복 구절)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썼다.

스페인에선 산울림 앨범 정식 발매..."마그마, 한대수도 좋아"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커버.

신중현과 엽전들 1집 커버.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해외의 관심은 앨범 정식 발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스페인의 음반제작사 구에르센은 산울림의 1~3집을 바이닐 레코드(LP)로 발매했고, 4~9집에서 고른 23곡으로 만든 모음집 LP도 출시했다. 산울림 앨범이 정식으로 해외에서 출시된 것은 처음이다. 1990년대 후반 산울림 1집을 처음 듣고 독특한 음색에 끌렸다는 안토니 고르주스 구에르센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울림의 오랜 팬으로서 몇 차례 시도 끝에 이제야 발매하게 됐다”면서 “신중현의 앨범들, 마그마(가수 조하문이 소속됐던 록 밴드)의 앨범, 한대수의 첫 번째 앨범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산울림 故 김창익(왼쪽부터), 김창완, 김창훈.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울림 故 김창익(왼쪽부터), 김창완, 김창훈. 한국일보 자료사진

K팝과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옛 한국 가요나 인디 계열 음악을 찾아 듣는 해외 마니아들도 늘었다. 미국의 유명 문화전문지 롤링스톤은 지난해 K팝 히트곡들에 더해 조용필, 서태지와 아이들, 패티김, 이문세, 나미 등의 명곡을 포함한 ‘한국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명곡 10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서울에서 해외 음악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음반 매장인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밥레코즈의 김영혁 대표는 “임재범, 이문세, 김현철, 장필순 등의 음반을 찾거나 마니아 취향의 인디 밴드의 음악을 찾는 등 해외 고객들이 찾는 한국 음악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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