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이후 최고
외식업체 5곳 중 1곳 폐업
집 팔고 전세로 가도 대출금을 다 못 갚네요.
30대 자영업자 A씨.
6년째 배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대출금 때문에 근심이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때까지만 해도 호황이었다가 갑자기 고금리, 고물가에 매출이 뚝 끊겼다. 은행 대출에 소상공인 정책대출까지 받아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만 390만 원 수준인데, 매출이 급감해 연체가 시작됐다. 새로 대출할 길도 없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팔고 전세로 옮길 계획까지 세웠으나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 한 통 없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대출 연체율이 1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2023년 말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2012년 12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자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았다. IBK기업은행 집계를 보면, 개인사업자 평균 카드 매출은 작년 말 기준 6.4%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치솟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17만6,258개(21.5%)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9만6,530개)보다도 82.6% 많은 규모다.
최근 들어선 대출 문턱마저 올라가고 있다. 서민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 등 2금융권마저 건전성 위기에 빠지자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준 신용점수 500점대 저신용자에게 민간 중금리 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11개사로 1년 전 (17개사)보다 6개사 줄었다. 50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아예 없었다. 이러자 카드론, 보험약관대출까지 사상 최대치로 늘고 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서민금융 공급, 채무 조정, 고용 지원 등 취약계층의 근본적인 경제적 자립과 상환 능력을 제고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두터운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서민·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제고하고 서민금융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