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과 수출 호조"
더딘 성장도 발목 잡는 요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6,000달러를 넘으면서 4만 달러 진입 가시화 기대가 나오지만, 원·달러 환율 안정, 수출 호조 등의 전제가 해결돼야 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정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전날 '1분기 국민소득(잠정)' 기자설명회에서 "환율 안정 전제하에서 수년 내 (1인당 GNI)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으면 소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으로 본다. 2022년 기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9개 국가가 4만 달러를 넘겼다.
하지만 한은 설명처럼 ①환율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가까운 예가 일본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엔저)가 지속돼 엔화 가치가 1990년대 초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GNI 규모가 2022년 5위에서 지난해 7위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순위는 6위로 점쳐진다.
하지만 미국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후반으로 절하된 상태라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엔저 자체도 원화 절하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국제금융센터는 "과거 엔저 시기 아시아 통화는 대부분 동반 약세를 보였고 현재도 동조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아시아 국가에 투자한 엔캐리(고수익을 위해 값싼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 자금은 단기 투자용"이라며 "외환 유출입이 빈번할 소지가 있고, 동시 유출 시 상당한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NI 성장이 ②수출 호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최 부장은 전날 올해 1분기 GNI가 8년 만에 가장 높은 2.4% 성장한 배경에 대해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무역손실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며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고 (수입품)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큰데 반도체는 주기마다 가격이 오르내리고, 원유 가격은 지정학적 충돌 등 다양한 대내외 요인이 중첩돼 결정된다. 자력만으로 GNI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딘 성장 속도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성장률은 노동, 자본, 생산성의 영향을 받는데, 저출생·고령화로 노동력 지표인 경제활동참가율은 주요국 대비 낮은 70.5% 수준이고(2022년 기준, 한국경제인협회),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데다 성장 기여도가 2020년 이후 8.6~9.7% 수준으로 하락했으며(산업은행), 제조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아직 제조업의 절반(2020년 기준, 기업은행)에 불과하다. 실제 국민계정 통계 개편 결과 1인당 GNI는 2014년부터 10년 넘게 3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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