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봉한 '원더랜드'
김태용 감독 "2016년에 이야기 쓰기 시작"
'원더랜드' 김태용 감독은 배우 탕웨이를 촬영장에서도, 집에서도 만났다. 그가 함께 호흡을 맞춘 연기자인 동시에 아내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탕웨이가 촬영장에서 순식간에 맡은 캐릭터로 변신한다면서 아내를 칭찬했다.
김태용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원더랜드'의 시작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2016년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기술이 일상으로 체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달하면 가짜 세계를 존재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진짜 세계와 구별이 없어지고 죽은 사람도 사는 것처럼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보다 어떤 감정을 받았는지에 더욱 집중했다. 김 감독은 "어머니한테 로봇청소기를 사드렸다. 로봇청소기랑 얘기하고 계시더라. '거기 들어가면 안 돼. 왜 그렇게 오래 있었어?' 하셨다. 사람이 기계와 감정교류를 할 수 있다는 가정을 통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원더랜드'는 캐스팅 라인업부터 화려하다.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이다. 김 감독은 "'인공지능의 영역이 확대되면 어떤 삶일까'에 대해 한 케이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케이스를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이 너무 세면 다른 케이스에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스타가 아니거나 다 같이 스타여야 밸런스가 맞을 것 같았다. 제작자님의 욕심과 내 욕심이 합쳐져서 '모든 케이스가 존중받을 수 있게 해 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탕웨이는 김 감독의 아내다. 김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일상을 나누다가 촬영장에 갔을 때 카메라가 돌면 다른 사람같이 확 변해 있다. 좋은 감독들과 좋은 영화를 해서 '만추' 때보다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탕웨이가 노력하는 배우라고 했다. 탕웨이 덕에 연출자로서 기분 좋은 자극을 받곤 한단다. "아내가 평소 지내면서도 영화 준비를 정말 많이 하더라. 질문도 많다. 사실 아내가 집에 와서 또 질문을 하면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김 감독의 이야기에서는 아내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김 감독은 정인(수지)와 태주(박보검)의 서사를 특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 갔다 오거나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 만나면 좋을 것 같았던 사람이 막상 자신이 원래 알았던 사람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정인이 갖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사랑했던 건 뭘까?'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집중해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작품을 찍는 동안 주변 사람들과 실제 원더랜드 서비스가 나온다면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안 한다는 사람이 반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크면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고민하면서 따뜻하게 그리는 쪽으로 밸런스를 맞추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간 인공지능 영화가 여러 편 나왔지만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원더랜드'는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