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김병훈 에버엑스 이사 인터뷰
근골격계 질환 디지털 치료기 개발 총괄
"수가 제도화와 환자 교육 투자 선행돼야"
"깁스를 오래 한 환자는 장기간 무릎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깁스 전 상태로 회복되려면 무릎을 구부려주는 운동이 필요해요. 단 얼마나 구부려야 하는지가 환자마다 다릅니다. 그 각도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줄 수 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에버엑스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지난 3일 만난 김병훈(36) 이사는 자신이 개발을 총괄한 디지털 의료 플랫폼 '모라(MORA)'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운동으로 무릎을 회복하는 과정은 운동치료(물리치료) 영역이고, 각도를 얼마나 구부려야 하는지 알려주는 건 물리치료사의 역할이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은 의사 진료를 본 뒤 물리치료를 건너뛰기 일쑤다. 병원 입장에서도 물리치료는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돼 적극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에버엑스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꼭 필요하지만 현 의료체계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운동치료에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모라에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신체 움직임을 자동 분석하고, 운동 시간과 횟수를 측정하고, 운동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피드백을 주는 등의 AI 기술이 적용됐다. 그중 동작 분석 기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인증받았고, 운동치료 기능은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환자와 의료진이 실제 집과 병원에서 치료 목적으로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김 이사의 목표다. 약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의료 현장에 활용하는 이른바 디지털 치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는 환자나 의료진이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소프트웨어나 앱 등을 설치해 의학적 장애와 질병을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치료용 기기가 여럿 나왔지만, 공황장애,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같은 정신질환 치료 목적이 대부분이다. 에버엑스가 이와 달리 근골격계 질환에 디지털 치료를 시도하는 이유는 환자와 의사가 느끼는 불편함이 정신질환과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두 질환 모두 환자에 대한 이해와 교육, 운동이 중요한데, 외래 시간이 짧아 의사가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디지털 치료가 도입되면) 환자가 집에 가서도 올바르게 재활운동을 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디지털 치료 활성화를 위해선 "관련 의료수가를 제도화하고 환자 대상 교육 투자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김 이사는 덧붙였다.
김 이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바이오와 뇌공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의사과학자다. "맨땅에 헤딩하듯 의료 영상 AI를 공부했다"는 김 이사는 "앞으로 AI가 의료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하고 연세대 의대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는 동시에 에버엑스에서 디지털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1인 3역을 마다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김 이사는 혁신적인 디지털 치료기가 시장에 나오려면 자신 같은 의사과학자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최적화한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의료진을 실질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가 의료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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