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대만서 블랙웰 후속작 공개...2026년 생산
"AI가 물리까지 이해하는 디지털 휴먼 시대 올 것"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을 대만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3월 공개한 신제품이 시장에 풀리기도 전에 다음 세대 제품까지 연달아 내놓은 것이다.
3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대학 스포스센터에서 엔비디아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을 통해 신형 AI 전용칩 루빈을 선보였다.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인 컴퓨텍스는 4일 개막하지만, 이날 연설은 전야제 격으로 하루 먼저 이뤄졌다.
"1년 단위로 GPU 개발할 것"
황 CEO는 이 자리에서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채택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언론들은 루빈 GPU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제품이 채택될 것이라면서 루빈은 HBM4를 사용하는 최초의 GPU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빈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발표한 GPU '블랙웰'의 후속 모델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블랙웰을 정식으로 출시한 뒤 2025년에는 블랙웰 울트라 버전을, 2026년에 루빈을 각각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기 제품과 차차기 제품까지 선제적으로 공개하며 AI 칩 시장의 90%를 장악한 독보적 위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황 CEO는 "루빈 이후 GPU 개발은 1년 단위로 진행될 것"이라며 "앞으로 매년 새로운 GPU 제품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의 양산 시점을 당초 2026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는데, 루빈 공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체의 수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사람과 일하는 AI 시대 온다"
황 CEO는 이날 연설에서 AI 시대를 맞아 실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실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가상의 소프트웨어 인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물리의 법칙까지 이해하는 AI, 실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AI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난 황 CEO는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현재는 미국인이지만, 이번 대만 방문에선 유독 '대만인' 정체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대만에 도착한 그는 일주일 넘게 머물며 엔비디아 최대 협력 파트너인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와 야시장을 방문하는 등 대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과 두루 접촉했다. 1일엔 타이베이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자로 나섰다. 시구에 앞서 그는 "나는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공부해 중국어를 잘 못한다. 하지만 대만에는 TSMC, 콴타 등 엔비디아를 30년 이상 지지해 준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대만에서 그에 대한 인기를 증명하듯 그가 연설한 대만대 체육관에는 6,000여 명의 대만인이 몰렸다. 황 CEO는 오는 4일에는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 컴퓨텍스 개막식에 참석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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