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변제금 깎는 '방공제'
피해자 디딤돌대출엔 적용 안 해
전세사기 주택을 피해자가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을 때 돈을 마련하기 수월해진다. 경매가(경락 자금)의 100%까지 대출하도록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야당 주도의 ‘선(先)구제 후(後)회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된 후, 피해자 주거 안정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택을 낙찰받고 디딤돌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할 때 경락 자금 전액을 빌릴 수 있다. 기존에는 경락 자금의 80% 정도만 대출됐다. 금융기관이 이른바 ‘방공제’를 적용해 최우선변제금만큼을 대출액에서 깎은 탓이다.
피해자가 전세대출을 이자가 저렴한 정책 대출로 갈아타는 것(대환)도 쉬워진다.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으면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임대차 계약 종료 후 한 달이 지나고 임차권 등기를 마쳐야 대환이 가능했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이 실질적이고 시급한 구제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조만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정부안’을 홍보하는 토론회도 마련한다. 정부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아 피해자가 10년간 임대료 없이 그대로 거주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국토부는 법 개정 이전에도 LH가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자 단체도 곧 만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금융 지원책을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 지원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전국대책위) 위원장은 “피해자가 저마다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정부 대책을 폭넓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피해자 단체의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국토부는 빠른 시일 안에 만나겠다는 방침이지만 피해자 단체는 내부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정부안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대책위는 "정부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하루 앞두고 대안을 발표한 것은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이런 이유로 대책위는 정부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이달 1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1만7,593명에 달한다. 정부는 특별법이 일몰하는 내년 중순에는 피해자가 3만6,000여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재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전국대책위는 개정안과 정부안이 양립 가능하다며 신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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