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감시' 위한 CCTV는 불법
메신저 감시는 '업무상 필요성' 있어야
"육아휴직을 쓴 후 회사에서 인사평가 최하점을 줘 문의했더니 그동안 폐쇄회로(CC)TV로 저를 지켜봤는데 업무 중 개인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사전동의 없이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내용을 전부 확인하고, 회사에 불만을 표시한 직원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퇴사시켰습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일 공개한 '직장 내 감시' 상담 사례다. CCTV로 직원을 지켜봤고, 업무와 무관하게 사내 메신저를 확인했기에 둘 다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최근 '개통령' 강형욱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CCTV와 업무용 메신저로 직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지자 직장갑질119가 사내 CCTV와 메신저의 위법성에 대해 짚었다.
노동감시 목적 CCTV 설치 '불법'
직장갑질119는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다"며 "직원 감시를 위해 CCTV를 설치하거나 CCTV로 수집된 영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버스, 식당, 민원실 등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만 사전동의 없이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반면 직장 내에 CCTV를 설치하려면 '명백히 정보주체(근로자)의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이 정보주체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이런 경우에도 근로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노사협의회 협의를 거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냥 보고 싶어서' 메신저 감시는 위법 소지
업무용 메신저나 이메일 감시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달라진다. 메신저 감시는 회사 기밀 보호와 횡령 방지 등 합리적 목적이 있을 때만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실시간 감시는 감청에 해당돼 무조건 위법"이라며 "저장된 메신저 내용을 업무상 목적 없이 '그냥 보고 싶어서' 확인할 경우에도 위법 소지가 크다"고 했다.
특히 직원이 회사의 메신저 열람에 동의했더라도 무분별한 감시는 허용되지 않는다. 직장 내 권력관계를 고려할 때 '강요에 가까운 동의'일 수 있고, 동의가 이뤄졌어도 불필요한 사생활 감시는 법이 정하는 '회사의 정당한 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불분명한 목적으로 노동자의 모습, 동선, 메시지,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감시 행위에 해당된다"며 "민사상 불법행위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사용자가 명확한 인식 없이 감시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또 "이 같은 괴리를 좁히기 위해 노동 감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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