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상 속 하루 5분의 '마음 샤워' 그게 선명상입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상 속 하루 5분의 '마음 샤워' 그게 선명상입니다"

입력
2024.06.02 12:50
수정
2024.06.02 14:11
20면
0 0

조계종, 그간 준비한 '선명상 프로그램' 공개
진우 스님 "국민체조 같은 마음체조 운동"
9월 국제선명상대회 이후 본격 보급 예정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간화선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간화선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기자 분들, 기사 쓰면서 이 기사가 누구에게 얼마만큼 읽힐 것이냐 엄청 신경 쓰시죠? 그것도 중요합니다만, 그런 건 모두 바깥으로 향하는 마음이에요. 선명상은 바깥으로 향하는 마음을, 한 번쯤은 온전하게 자신에게 쏟아 보자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샤워하듯, 하루에 단 5분 마음 샤워를 하는 거지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같은 분도 하루 5~10분 정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한다고 해요. 벌써 400일째인데 그 정도 짧은 시간만 해도 너무 좋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만난 참선마을 선원장인 금강 스님의 설명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이 그간 준비해온 선명상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다.

조계종 "뉴진 스님 넘어 선명상으로 오세요"

최근 EDM 파티를 여는 뉴진 스님 같은 이들 덕분에 젊은이들에게 '힙한 불교'란 명성을 얻었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불교가 현대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현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불교만의 무엇은 어떤 것인가,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이 '선명상'이다. 그래서 선명상 개발, 보급은 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내세우는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혜주 스님 지도 아래 자비 명상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혜주 스님 지도 아래 자비 명상을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자리를 함께한 진우 스님은 선명상을 두고 "불교인을 넘어서 모든 국민들께 권유해 드리고 싶은 보편적인 명상" 혹은 "국민체조 하듯 온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마음 평안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진우 스님 스스로도 나선다. 6월 말부터 8주간 선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지도사들을 대상으로 개념과 방법론 특강을 직접 진행한다. 이 과정은 책으로 묶여 전국에 보급될 예정이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선명상대회 때 정식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간화선 명상, 걷기 명상, 자비 명상 ... 다양한 명상

이날 첫 시간은 간화선 명상이었다. 허리를 곧추 세운 뒤 편안한 자세에서 화두로 던져진 한 가지 생각에 가만히 빠져보는 것이다. 금강 스님이 던진 화두는 '이뭣고?'였다. 금강 스님은 자신이 간화선 명상 대중화에 힘쓰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외환위기 때였어요. 실직한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유의 참혹한 얘기가 너무 많아서, 뭐라도 해 보자 해서 간화선명상을 했거든요. 흙빛 얼굴로 들어온 사람들이 3박 4일 뒤엔 '뭐라도 해 보겠다'며 웃으며 나가더라고요. 그때 내가 이걸 평생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준한 스님 지도 아래 걷기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준한 스님 지도 아래 걷기 명상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다음 차례는 걷기 명상. 별것 없이 15분 정도 조용히 열을 지어 걸어가는 명상이다. 홍대선원 준한 스님의 인도 아래 줄 지어 천천히, 그리고 발걸음 하나하나를 느끼며 따박따박 걸어갔다. 준한 스님은 "명상이라는 게 사실 다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이 내 삶의 전부'라는 생각 하나에만 집중하면 삶의 모든 순간이 명상이 될 수 있다"며 "걷기 명상은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보면서 편안하게 천천히 걸어가는 명상"이라 설명했다.

마지막은 따뜻한 기억을 떠올려 보는 자비 명상. 혜주 스님의 지도 아래 진행된 자비 명상의 첫 순서는 타인이 내게 친절을 베풀었던 경험을 회상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는 그때 내가 느꼈던 고마움, 따뜻함 같은 감정을 되새김질해 보고, 그리고 그 감정을 이제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 내보내는 과정도 떠올려 보도록 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과정인데도 의외로 "눈물 난다"는 반응이 많았다.

스스로 비워보는 연습이 마음 근육을 키운다

이번에 일부 공개한 프로그램은 1박 2일 템플스테이에서 적용할 프로그램이다. 모두가 쉽고 간단하게 접할 수 있는 입문자용 프로그램이랄 수 있다. 대단한 준비물이나 고난도의 수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두 손을 앞에서 공손히 맞잡는 차수(叉手)는 내 마음을 안으로 들이겠다는 뜻이다. 양 손바닥을 가지런히 모으는 합장(合掌)은 내 마음을 한데 모으겠다는 의지다. 절을 하는 건 나의 가장 높은 머리 위를 당신의 가장 낮은 발 아래에다 두겠다는 것으로 나를 온전히 비워서 당신을 받아들이겠노라는 선언이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우리 마음을 단련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금강 스님이 간화선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금강 스님이 간화선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금강 스님은 선명상의 핵심을 '싹 걷어내고 태우기'라 했다. "내 마음의 화를 가라앉혀 두면 언젠가 다시 터져 나옵니다. 그래서 싹 걷어내고 태워 버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을 내서 따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마음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선명상을 한 번쯤 체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태성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