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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vs 막내딸' 9년 다툼에 콩가루 아워홈…판 흔든 건 '변심한 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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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vs 막내딸' 9년 다툼에 콩가루 아워홈…판 흔든 건 '변심한 장녀'

입력
2024.05.31 19:00
수정
2024.05.31 19:04
9면
0 0

구본성·구미현 연합, 구지은 부회장 퇴출
2016년 구본성 체제 출범, 질긴 분쟁 시작
사모펀드 매각 거론, 소송전도 불가피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 연합뉴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큰언니 구미현씨에 밀려 회사를 운영한 지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회사를 장악하게 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연합은 매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지은 부회장이 둘째 언니 구명진씨와 함께 1,0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이들 네 남매의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16년부터 9년 동안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사이에 뺏고 빼앗기는 경영권 분쟁에서 늘 판을 흔든 건 '구미현씨의 변심'이었다.

아워홈이 31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은 6월 3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고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한다.

대신 이날 주총에선 구본성 전 부회장 장남인 구재모씨와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씨가 사내이사로 새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오른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씨에 더해 아워홈 이사회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사람으로 채워지게 됐다. 구지은 부회장을 회사에서 내보내고 과거 수장이었던 구본성 전 부회장이 돌아와 영향력을 키우는 '3차 남매의 난'이다.

경영권을 둘러싼 아워홈 오너가의 분쟁은 뿌리 깊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고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에서 나와 창업한 식자재, 급식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1조9,835억 원으로 2조 원을 앞두고 있다.


구미현 결정에 좌우된 세 차례 남매의 난


구본성(왼쪽)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현 부회장. 아워홈 제공

구본성(왼쪽)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현 부회장. 아워홈 제공


애초 사남매 중 경영에 관심을 보인 건 구지은 부회장이다. 그는 2004년 아워홈 등기이사로 일하기 시작해 후계자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2016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나타나고 상황은 바뀌었다.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에서 재직했던 그는 아워홈에선 근무한 적이 없어 베일에 싸여 있었다. 범 LG가에 내려오는 장자 승계 원칙을 앞세운 그는 구지은 부회장을 계열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밀어내고 60세에 아워홈 대표에 올랐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 사이 질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인 2017년 아워홈을 이끌던 구본성 전 부회장에 맞서 구지은 부회장이 임시 주총을 소집하며 '1차 남매의 난'이 터졌다. 당시 승리를 거둔 구본성 전 부회장에 힘을 실어준 게 구미현씨였다. 구본성 전 부회장(38.56%)은 구미현씨(19.28%) 몫을 더한 지분율 57.84%로 무난하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구지은 부회장(20.67%), 구명진씨(19.6%)로 이뤄진 막내-차녀 연합 지분율은 장남-장녀 연합에 크게 못 미쳤다.

2021년 발발한 '2차 남매의 난'은 구지은 부회장의 설욕전이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실형을 받았던 보복 운전 논란에서 촉발한 경영권 분쟁에서도 구미현씨가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이 때 구미현씨는 동맹이었던 구본성 전 부회장 대신 구지은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구명진씨까지 더해 새로 결성된 '세 자매 동맹'은 과반 이상 지분을 바탕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세 자매는 주총에서 의결권을 통일하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도 맺었다.


아워홈 매각 거론, 내부는 혼란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구미현씨가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 편으로 돌아선 이번 3차 남매의 난은 배당금 문제에서 비롯했다고 알려졌다. 구지은 부회장이 2021년 아워홈을 맡으면서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배당금을 줄이자 전업 주부인 구미현씨가 반발해 다시 마음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아워홈은 당분간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아워홈을 품은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씨가 회사를 사모펀드 등에 파는 매각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일부에선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이사회에 새로 들어간 장남에게 회사를 차차 물려주는 그림이다.

다만 아워홈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구지은 부회장이 구미현씨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예상돼서다. 구지은 부회장 측은 구미현씨의 변심이 2021년 맺은 주주 간 계약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구미현씨가 이 계약을 어겼다고 판결날 경우 최대 1,200억 원을 물어줄 수 있다고 본다.

대표 교체를 또 겪어야 하는 아워홈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이날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며 "아워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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