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동원·롯데칠성·팔도, 가격 인상
업체 "원재료 가격 올라 상향 불가피" 입장
정치인·소비자 자극? 총선·가정의 달 피해
6월 인상, 하반기 실적 반영 위한 목적도
4·10 총선 이후 먹거리 가격이 곳곳에서 오르는데 6월 1일 또 '한바탕 인상'이 예고됐다. 롯데웰푸드, 동원 F&B, 롯데칠성음료, 팔도가 약속이라도 한 듯 '6월 1일'을 인상 디데이로 정한 건 비판 여론의 강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높인 가격을 3분기(7~9월) 등 하반기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상반기 중 값을 인상하려는 목적도 있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 1일 빼빼로, 가나초콜릿 등 주요 제품 가격을 높인다. 당초 5월 1일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정부 요청에 따라 한 달 미뤘다. 같은 날 동원 F&B, 롯데칠성음료, 팔도도 각각 양반김, 칠성사이다·펩시콜라, 뽀로로 음료 등 핵심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연관기사
네 회사 모두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대다수 제품에 들어가는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의 국제 가격이 뛰어 가격 인상을 더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원 F&B, 롯데칠성음료, 팔도도 각각 김 원료인 김초 가격 상승,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 등 원자재 가격를 인상 사유로 내놓았다.
이를 두고 소비자단체 쪽에선 탄탄한 실적을 감안하면 값을 높일 때가 아니라고 반론한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롯데웰푸드, 동원 F&B는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각각 373억 원, 4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6%, 14.8% 뛰었다.
같은 날 제품가 올리면… "회초리 덜 아파"
네 회사의 가격 인상이 기존 업계 관행과 사뭇 다르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최근 식품회사의 가격 상향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 회사들은 주력 제품군이 다른데도 인상 시기도 똑같다. 일반적으로 식품 가격 인상은 라면, 주류 등 상품군이 겹치는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단행한다. 올리브 최대 생산국 스페인의 작황 부진으로 CJ제일제당, 샘표, 사조해표 등이 이 달 올리브유 값을 한꺼번에 올린 식이다.
A식품회사 관계자는 "같은 식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도 담합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높이는 시점을 거리 두려고 한다"며 "이번처럼 상품군이 다른 기업의 가격 동시 인상은 회초리를 맞더라도 수위를 낮춰보겠다는 속 보이는 조치"라고 말했다.
네 회사가 6월 1일에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크게 ①총선 ②가정의 달 ③상반기 내 완료로 풀이된다. 우선 식품회사는 총선 같은 선거 전과 직후를 가격 함구령 기간으로 여긴다. 가격을 올렸다가 정치인의 유세 현장,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이름이 불리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기 쉬워서다.
가정의 달 5월을 최대한 피하려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선물 수요가 큰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잦은 야외 활동으로 가구 지출이 많아지는 5월에 가격을 높이면 자칫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B식품회사 관계자는 "소비자와 친밀도가 큰 식품은 가격을 결정할 때 눈치 볼 일이 많다"며 "가정의 달과 여름 피서철 사이에 있는 지금은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적다"고 귀띔했다.
6월에 가격 높여야, '실적 분수령' 3분기 반영
하반기로 넘어가기 전에 가격 인상을 마무리해야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좋다는 경영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에선 네 회사가 3분기 실적에 오른 제품 값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6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본다.
하반기를 앞둔 기업은 상대적으로 4분기(10~12월)보다 3분기 실적에 주목하는 편이다. 가격을 올려 3분기 실적을 늘리면 4분기에 기세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또 4분기 실적과 달리 연내(매년 11월) 발표되는 3분기 실적은 이듬해 경영 전략을 짤 때 핵심 지표로 사용되는 만큼 더 공들인다.
C식품회사 관계자는 "일 년을 한 주기로 본다면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인 기업은 조금이라도 빨리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그래야 가격 인상 요인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파악하고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