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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첫 과반 위태… 남아공 총선 '만델라당'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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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첫 과반 위태… 남아공 총선 '만델라당' 향방은

입력
2024.05.30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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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배출' ANC, 과반 달성 실패 관측
직전까지 여론조사 지지율 40%대 갇혀
최악 경제난·부패에 젊은 층 민심 이반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세대 표심에 달려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유권자들이 총선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유권자들이 총선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뉴시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차별) 종식 이래 30년간 집권해온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29일(현지 시간) 치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NC는 세계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배출한 남아공 민주주의의 상징이지만, 부패와 빈부격차 등으로 국민적 불만에 직면해 있다.

30년간 압승 ANC, 최초로 과반 확보 실패 기로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전국 2만3,292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투표는 오후 9시를 넘겨 종료됐다.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각 정당이 득표율에 따라 상·하원 총 400석을 나눠 갖는다.

오는 2일쯤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면 14일 이내 차기 대통령도 결정된다. 남아공에서는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총선이 대선을 겸하는 셈이다.

집권 여당 ANC는 이번에도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과반 확보에는 실패할 거란 관측이 다수다.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난 뒤 총 6번의 선거에서 늘 압승한 ANC가 단독 과반 정당의 지위를 내려놓고 정권 유지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다. 연정을 꾸려 집권을 이어갈 경우 전반적인 국정 기조 수정이 불가피하다.

역대 총선에서 ANC의 득표율은 2004년 69.7%, 2009년 65.9%, 2014년 62.2%, 2019년 57.5%로 내리 하락세였다. 이번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40%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선 39%까지 하락, 처음으로 40% 선이 깨지기도 했다.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 도시 더반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개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더반=AFP 연합뉴스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 도시 더반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개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더반=AFP 연합뉴스


상위 10%가 부 70% 독점… 빈부격차·경제난에 국민 분노

'만델라 정당'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ANC가 흔들리는 건 경제난과 빈부격차로 국민 불만이 팽배한 탓이다. 세계은행(WB)은 '국가의 전체 부 가운데 71%를 인구 10%가 독점하고 있다'며 남아공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로 분류한다. 소수인 백인은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반면 전체 인구의 81%를 차지하는 흑인들은 여전히 실업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적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국 BBC 방송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화를 꿈꾸는 여론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ANC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여기는 기성세대와 달리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출생한 청년 세대는 33%가 넘는 실업률, 만연한 부패, 심각한 정전과 물 부족 문제, 끊이지 않는 강력 범죄 등에 분노해 여당을 외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 등록된 유권자 2,670만 명 중에서는 30대가 약 700만 명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BBC는 전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비교적 잘 반영되지 않는 만큼, ANC가 과반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분석했다. 11%가량 개표가 진행된 30일 기준 득표율은 ANC가 43%로 앞서 나가고, 그 뒤를 제1여당 민주동맹(DA)이 26%로 쫓고 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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