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회말 대형 좌월 아치로 이적 신고
KT에 방출을 요청한 뒤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홈런왕 출신 거포 박병호(38)가 이적 첫 경기부터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오재일과 1대 1 트레이드로 KT를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튼 박병호는 29일 새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밟았다.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팀 훈련을 소화한 그는 이날 키움전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팀이 1-8로 뒤진 4회말 키움 왼손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20m 장외 홈런을 폭발시켰다. 시즌 4호이자, 통산 384번째 대포다.
기존에 사용하던 등번호 52번 대신 59번이 새겨진 새 유니폼을 받은 박병호는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전날 밤 트레이드가 결정된 직후 직접 운전해 대구로 향한 것. 그는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하루 내내 붕 떠 있는 기분"이라며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보니 팀을 옮긴 게 걱정도 되지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홈런왕을 6차례나 차지한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 거포 박병호는 올해 성적 부진에 출전 기회까지 줄어들면서 KT에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KT는 박병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삼성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우타 거포 박병호를, KT는 왼손 장타자 오재일을 영입해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박병호는 "4월부터 KT 구단과 트레이드 얘기가 오갔지만 카드가 잘 맞춰지지 않았다"며 "계속 이렇게 KT에 있다가는 깔끔하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아 은퇴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이강철 KT 감독님이 만류했고, 구단에서 다시 트레이드를 추진해 삼성으로 오게 됐다"고 이적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KT와 싸우고 헤어지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대한 오해도 있었다"며 "은퇴를 앞둔 마당이다 보니 아무래도 구단과 대화할 때 울컥했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오른손 거포 갈증이 컸던 삼성은 박병호의 월등한 장타 생산 능력이 펜스 거리가 짧은 라이온즈파크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호 역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 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젊은 선수들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삼성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며 "오재일과 연락해 '새 팀에서 좋은 모습으로 잘 마무리하자'고 서로 격려했다. 새로운 지역과 팀에서 뛰게 됐는데, 이 모든 게 프로 선수의 숙명이다. 내가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병호는 이날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이적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삼성은 마운드가 무너져 키움에 5-11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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