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의회가 무력화
EU "유감"... 내부 반발 심화할 듯

28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수도에 있는 의회 밖에서 시민들이 '외국 대리인'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여당인 '조지아의 꿈' 주도 하에 의회는 외국 대리인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의회 표결을 통해 무력화했다. 트빌리시=AFP 연합뉴스
국민적 저항과 국제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후보국인 조지아에 언론 및 비정부기구(NGO) 통제법이 결국 도입될 전망이다. 조지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열흘 뒤 조지아 의회가 투표를 통해 이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해외 자금 받는 언론·NGO '외국 대리인'으로
영국 BBC방송, 미국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조지아 의회는 28일 본회의 투표를 거쳐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했다. 찬성은 84표, 반대는 4표였다. 야당 의원 대부분이 기권한 가운데, 전체 의석(150석) 중 90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자 다수당인 '조지아의 꿈'이 투표를 주도했다. 법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의장 최종 승인을 거쳐 60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
법안은 전체 예산 중 20% 이상을 외국에서 지원 받는 언론과 NGO가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조지아 정부는 '외국 간섭으로부터 조지아를 보호하고, 기관의 자금 흐름 투명성을 보장하며, 언론 및 NGO를 더욱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달 15일 조지아 트빌리시에 있는 의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인 조지아드림당 대표 마무카 음디나라제 의원을 향해 야당인 시민당 소속 알레코 엘리샤슈빌리 의원이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고 있다. 이후 다른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난투에 참여했다. 조지아 의회 공식 유튜브 캡처, AP 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오는 10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권 비판적인 기관에 대한 '입 막음'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다. 러시아도 2012년 제정한 동명의 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조지아에서는 이 법이 '러시아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구 반발에도 "강행" 태세... 내부 시위 격화할까
조지아 내부 분열은 극심해질 전망이다. 무소속인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의회 표결 직후 "러시아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다만 국민투표를 통해 법을 도입·폐지할 수는 없다.
외국 대리인 법안에 반대하며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도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28일에도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의회 밖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법안에 반대해 온 서방은 대응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깊은 유감"이라며 "EU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의 EU 가입 관련 절차가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지아는 지난해 12월 EU 후보국 지위를 받았다. 미국 국무부는 조지아의 꿈 의원 등에 여행 제한과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지아의 꿈은 "국익 앞에서 절충은 없다"(카카 칼라제 조지아의 꿈 사무총장)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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