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과학원 방문 격려 연설
"실무자 무책임성 질책" 지난해와 대조적
위성엔진 기술적 진보 꾀하는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실패를 대중 앞에서 자인했다. 이어 위성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에겐 '채찍(질책)이 아닌 당근(독려)'으로, 다음의 성공을 기약했다. 다만 자신의 위성 발사를 '자위권 확보'라고 강조하곤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에 대해선 '도발'로 규정하는 적반하장의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실패한 다음 날인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소속 과학자, 기술자, 연구자들을 격려했다. 국방과학원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핵무기연구소, 미사일총국과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조직이다. 사실상 위성 발사의 책임을 도맡은 곳이다. 실제 전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주도한 미사일총국의 장창하 총국장은 국방과학원장을 지냈다.
"실무자 무책임성" 따지던 김정은, 1년 만에 "실패 통해 더 많은 발전"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 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국가의 방위력건설목표에 따라 예정대로 또 한차례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했다"며 "(그러나) 이번 발사는 1계단 발동기의 비정상으로 인한 자폭체계에 의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위성 기술자 등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정찰위성 발사 실패와 그 원인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세 차례 정찰위성 발사 중 두 번을 실패했지만, 김 위원장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 대중에게 배포되는 노동신문에도 실패 사실은 보도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한, 참석 기술진에 질책이 아닌 격려를 전했다. "실패에 겁을 먹고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분발하게 될 것"이라며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크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만 해도 김 위원장은 책임의 화살을 실무자에게 돌리며 크게 질책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를 소집하고 "위성발사 준비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이 신랄하게 비판"됐다고 보도했다.
새 엔진 개발 통한 기술 진보 노린 듯…정찰위성 재발사 의지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다음을 기약했다. 더불어 "자위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고 잠재적인 위협들로부터 국가 주권과 안전을 수호하는 데서 선결필수적인 과업"이라고 강조, 개발 및 재발사 의지를 피력했다. 당장의 실패보다는 엔진 신뢰성을 확보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위성) 추진체의 러시아 '직도입' 등 모든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번 위성 발사에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엔진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1단계 엔진은 기존 백두산 엔진이 아닌 '액체산소+등유(케로신)' 조합의 엔진이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이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 엔진에도 사용하는 엔진이다.
5월 군 관련 행보 집중하는 김정은…위성개발 정당화하고 우리 훈련 비난
김 위원장은 반면, 외부로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의 정찰위성 보유를 정당한 우주이용 권리라고 하면서도 우리 공군의 공중타격훈련을 향해선 "좌시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데 이견이 없음에도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 "격노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국권침해행위, 용서 못할 불장난"이라고까지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방 관련 일정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에 경축 행사가 아닌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그간 민생 행보에 주력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신형 240㎜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한 뒤 11일과 12일 방사포 발사차량 공장과 주요 저격무기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이어 14일에는 전술미사일 무기체계 파악, 17일 자치유도항법체계 적용 탄도미사일 시험사격과 화성18형 관련 국방공업기업소 방문 등 군수·국방 분야를 연달아 현지 지도했다.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중앙간부학교도 일주일 새 두 차례 방문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김 위원장이 당분간은 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전념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 추가 발사 긴 시간 필요 전망... "국제사회 제재 레짐 효과 발휘"
우리 정부는 이 같은 김 위원장과 북한의 행보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 위성 발사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분명한 것은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의 불법적인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지속적이고 또 변함없는 제재 레짐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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