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한밤중 재난문자 시민들 '철렁'

경기·강원 지역에 재난문자 발송
풍선 10여 개… 오물 봉투 매달려

경기 일부 지역에 28일 오후 11시 34분 발송된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를 알리는 내용의 재난문자. 연합뉴스

한밤중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재난문자가 경기와 강원 지역에 발송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4분쯤 경기 일부 지역에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내용의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강원 양구군과 인제군에도 자정 직후 "북 대남전단 추정 이상 물체가 강원 접전 지역 일대에서 식별됐다"는 재난문자가 송출됐다.

한밤중 재난문자와 함께 경보음까지 울리면서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는 "전쟁 난 줄 알았다" "대피해야 하냐" "자다가 경보음 듣고 벌떡 일어났다" 등 반응이 쏟아졌다. '재난문자' '대남전단'이 한때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문자 내용 중 영어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문자에 영어 안내는 'Air raid preliminary warning'만 덜렁 있던데 '공습 예비 경고'라는 뜻이라 외국인들은 더 놀랐을 것 같다" "영어만 보면 전쟁 난 줄 알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6년 5월 30일 서울 은평구 주택가 전깃줄에 걸린 북한의 삐라 뭉치와 대형 풍선. 연합뉴스

앞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경기와 강원 접전지역에서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전단 미상물체가 식별됐다. 군에 따르면 풍선 10여 개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고도에서 날다가 일부는 떨어졌고 나머지는 계속 비행 중이다.

떨어진 일부 풍선에는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어두운 색깔과 냄새 등으로 미뤄 분변으로 추정되는 오물이 봉투에 들어 매달려 있었다고 알려졌다. 합참은 "해당 물체를 발견 시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2016년에도 풍선에 오물을 실어 날려 보낸 적이 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