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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태국 '왕실모독 때리기'… 탄압할수록 야당 지지 굳건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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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태국 '왕실모독 때리기'… 탄압할수록 야당 지지 굳건해져

입력
2024.05.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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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왕실 비판 의원에 징역 2년 선고
"대중 오도·국왕 평판 더럽혔다" 판단
피타 대표, 여론조사 '총리 선호도 1위'

이달 4일 태국 방콕에서 마하 와치랄롱꼰(왼쪽) 태국 국왕이 수티다 왕비와 함께 즉위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이달 4일 태국 방콕에서 마하 와치랄롱꼰(왼쪽) 태국 국왕이 수티다 왕비와 함께 즉위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태국의 왕실 모독 인사에 대한 탄압이 더 강해지고 있다. 군주제 개혁을 외치다 기소된 20대 청년이 옥중에서 사망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국왕을 비판했던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줄줄이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부 탄압이 거세질수록 반(反)왕실 선봉에 선 야당에 대한 지지는 더욱 굳건해지는 분위기다.

왕실 모독 혐의 기소 인사 272명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법원은 전날 제1당이자 야당인 전진당(MFP) 소속 촌티차 쨍래우(31) 의원에게 왕실 모독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쨍래우 의원은 활동가 시절이던 2021년 반정부 집회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부가 법을 개정해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에게 왕실 재산 통제권을 더 많이 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이 “국왕이 세금을 개인 용도로 쓰고 정치 개입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대중을 오도하거나, 국왕 평판을 더럽힐 수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3년 전 시위에서 국왕의 초상화를 불태운 태국 가수 차 이야몬 카에위분판에게는 징역 4년형이 내려졌다.

태국 민주화 활동가들이 지난 14일 방콕 형사재판소 앞에서 왕실모독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옥중 단식을 하다 숨진 네티폰 사네상콤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 민주화 활동가들이 지난 14일 방콕 형사재판소 앞에서 왕실모독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옥중 단식을 하다 숨진 네티폰 사네상콤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에서 왕실에 대한 비판은 금기로 여겨진다.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형법 112조는 왕실구성원과 왕가에 대한 모독, 부정적 묘사 등에 대해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태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이달 10일까지 왕실 모독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72명에 달한다.

앞서 지난 14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다 감옥에 갇힌 민주화 인사 네티폰 사네상콤(28)이 옥중 단식투쟁을 벌이다 사망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와 태국 주재 각국 대사까지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태국 내에서는 “정부의 왕실모독죄 관련 탄압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사법 당국이 압박을 줄이긴커녕 오히려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피타 림짜른랏(오른쪽) 전 전진당 대표가 지난달 6일 방콕에서 열린 당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피타 림짜른랏(오른쪽) 전 전진당 대표가 지난달 6일 방콕에서 열린 당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피타·전진당, 지지율 1위

‘군주제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당은 최다 의석을 얻고도 해산될 위기다. 전진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등 파격 공약을 내세워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얻었고 제1당에 올랐다. 그러나 군부와 왕실 세력의 반발로 총리 선출과 연정 구성에 실패해 정권을 잡지는 못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이 위헌이라는 판단하에 정당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탄압 강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야당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전날 태국 의회 산하 국책연구소 KPI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전진당 지지율은 35.7%로 가장 높았다.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는 집권 여당 푸어타이당은 11.2%에 그쳤다.

지난해 전진당 돌풍을 이끌었던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를 차기 총리로 지지한다는 의견은 46.9%에 달했다. 세타 타위신 현 총리 지지율이 한 자릿수(8.7%)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조사는 태국 전역에서 약 2,000여 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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