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출전 기회에 방출 요청
마음 떠난 선수 잡기 쉽지 않아
방출되면 키움, 롯데 등 영입 나설 수도
KT 박병호(38)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올해 성적 부진에 출전 기회까지 줄어들면서 팀을 떠나고 싶은 의사를 드러냈다. KT는 박병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철 KT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박병호가 구단에 방출시켜달라고 요구했고, 구단은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 이후로 진전된 건 없다"고 말했다.
홈런왕을 6차례나 차지한 한국 프로야구 대표 거포 박병호는 올해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문상철과 주전 1루수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 타율 0.198에 그쳤고, 홈런은 3개뿐이었다. 반면 문상철은 타율 0.307 9홈런 2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는 지난 달부터 수 차례 이강철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스타일인데, 기회 자체가 적어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하위권에 처진 구단 입장에서는 성적이 좋은 문상철을 두고 박병호를 주전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허리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다.
KT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2021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 3년 계약 30억 원, 원 소속팀(키움) 보상금 22억5,000만 원 등 총 52억5,000만 원을 주고 데려온 박병호의 방출 요청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 만큼 어떻게든 거취를 정리해야만 한다. 박병호가 마음을 바꿔 팀에 남는 게 이상적이지만 가능성이 적다. 박병호를 다른 팀에 주고 선수를 받아올 수 있는 트레이드 역시 30대 후반의 선수라 카드 맞추기가 힘들다.
다른 대안은 박병호가 바라는 웨이버 공시(방출)다. KT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웨이버 공시를 하면 KT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일주일 동안 박병호 영입을 추진할 수 있다. 박병호를 데려간 팀은 올해 연봉 7억 원의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선수를 원하는 팀이 복수 구단이면 웨이버 공시 마감일 기준 순위가 낮은 팀에 우선권이 있다.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없을 땐 FA 신분이 되고, 올 시즌은 뛸 수 없다.
올해 출발이 좋지 않지만 박병호는 아직 한 방이 있다. 2년 전 35홈런을 쳐 홈런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도 18홈런을 터뜨렸다. 만약 웨이버 공시가 된다면 하위권 팀에서 충분히 영입을 검토할 만한 자원이다. 현재 최하위 키움은 확실한 주전 1루수가 없고, 박병호의 귀환이라는 명분이 있다. 더구나 샐러리캡(팀 연봉 상한제)도 남는다. 확실한 1루수가 없는 롯데나 SSG 역시 관심을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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