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항일운동 뿌리 된 ‘동학’ 다룬 역사소설
동학 창시자 최제우 200주기 맞춰 발간
“우리는 이전에 도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 그저 중국의 도를 따르면 되었어. 그들이 불도를 믿으면 우리도 불도를 믿고, 그들이 유도를 따르면 우리도 유도를 따랐어. 그런디, 수운 선생(동학 창시자 최제우)은 새로운 도를 만들어낸 것이여.”
역사소설 ‘등대’에서 서당꾼들에게 동학을 가르치는 서범규 훈장의 강론은 지금 시점에 이 소설이 쓰인 이유에 대한 대답이다. 1909년 일제에 항거한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의 뿌리에는 한국 고유의 동학사상이 있었다고 소설은 말한다. 표현 그대로 ‘K사상’인 동학을 재조명하려는 시도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였던 김민환(80) 작가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등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이니 사회과학, 인문과학, 사회운동도 이제는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며 “동학이 그 바탕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10년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전남 완도 보길도로 향했다. 부산 동래, 함경남도 북청과 함께 3대 항일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보길도 인근의 ‘소안도’에 주목했다. “이 외딴섬에서 어떻게 독립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을까”라는 그의 궁금증은 소안도 출신 동학군이 주도한 등대 습격 사건을 다룬 소설로 완성됐다.
김 작가는 “마침 올해는 수운의 탄신 200주년이 되는 해라 (동학농민운동 기념일이 있는) 5월에 맞춰 소안도 이야기를 써냈다”고 설명했다. 등대 습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 서 훈장으로부터 동학을 배우는 소안도 주민들은 각각 하느님과 군주가 주인인 서학과 유도와 달리 바로 ‘나’를 주인으로 하는 새로운 도에 끌린다. 김 작가는 “소설에서는 훈장들이 동학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몸으로 직접 느끼면서 등대를 깨뜨리는 데까지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와 서학 등에 밀려 쇠락한 동학을 다시 들여다보려는 학계의 움직임은 김지하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도올 김용옥 등으로 이어져왔다. 황석영 작가도 최근 동학사상을 집대성한 제2대 교주 최시형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주인 된 나 주인 된 백성 주인 된 민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사회를 개벽하겠다는 정신이 한국에서 나타났다 없어져버렸다”면서 “이쯤에서 주인 된 내가 되는 길을 서양 이데올로기를 떠나 한 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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