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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사정찰 2호기 공중 폭발… "신형 로켓에 사고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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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사정찰 2호기 공중 폭발… "신형 로켓에 사고 원인"

입력
2024.05.28 00:54
수정
2024.05.28 01:30
1면
0 0

27일 오후 10시44분 경 발사… 계획 통보 20시간 만
발사 2분 만에 공중 폭발… 북한도 실패 인정
'우주 개척자' 꿈꾸던 김정은, 또 한 번 망신살
"한중일 정상회담 노린 건 정치적 노림수" 분석

북한이 2023년 11월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23년 11월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발사체를 쏘아 올리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를 감행했다. 위성 발사 예고 20여 시간 만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겨냥, 3국 결속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발사체는 발사 수십초 만에 폭발했고, 북한 역시 '사고 발생'을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후 11시 30분 문자 공지를 통해 "우리 군은 이날 오후 10시 44분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서해 남쪽 방향으로 발사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으로 추정되는 항적 1개를 포착했다"며 "이 발사체는 10시 46분 경 북한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으며, 한미 정보 당국은 정상적인 비행여부를 세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되어 공중폭발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에 탑재해 발사를 단행했다"며 "부총국장은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가 1계단 비행 중 공중폭발해 발사가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부총국장이 비상설 위성 발사 준비위원회 현장 지휘부 전문가 심의에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믿음성에 사고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기타 원인으로 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심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NHK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오후 10시 45분경 중국 측에서 북한 상공을 촬영한 카메라가 포착한 영상에 붉은 색을 띤 가느다란 빛이 상공으로 올라가 수십 초가 지났을 무렵 빛이 커진 모습이 담겼다"며 "북한 발사체가 레이더에서 사라져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발사체의 공중 폭발을 확인한 뒤 오후 11시 3분 피난 경보를 해제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를 공공연하게 예고해 왔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25일) 등 기념일이 몰려있는 4월에도 북한은 위성을 쏘지 않았다. 대신 위성 사진 등을 통해 지상 엔진 실험 정황이 포착되면서, '발사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당시 "한 번 발사에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발사 때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며 "북한과 러시아 입장에선 성공 자체가 중요한만큼, 성능 개량 보다 성공에 방점을 둔 러시아 기술진의 조언이 있지 않겠느냐"고 발사체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지연에 무게를 실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성 2호기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또 한 번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발사해 궤도 진입에 성공한 '만리경-1호' 역시 조악한 해상도 때문에 군사정찰위성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2호기까지 발사에 발사에 실패하면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눈'으로 불리는 정찰 역량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통상 군사정찰위성은 다섯 기가 한 세트로 운용될 때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북한은 지난해 1기에 이어 올해 3기, 내년 1기를 발사해 2026년까지 위성정찰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날 발사 실패로 북한의 계획표는 훨씬 조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북한은 이번 정찰위성발사로 나름의 정치적 결실을 얻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중일 3국의 결속을 견제하면서 한반도 정세 정세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택일"이라며 "특히 외교적으로 북중러 연대의 한 축인 중국이 러시아에 비해 북한 지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중국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일과 다른 입장을 취한다면 자연스럽게 3국 결속에 균열을 일으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은 이번에 4년여 만에 정상회의를 재개했다.

정부와 군은 북한이 위성 발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위성 발사 포착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이) 발사를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다면 우리 군은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며 "한미는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으며, 미사일 도발을 병행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대응해 전방 중부지역 비행금지선(NFL) 이남에서 F-35A·F-15K·KF-16·FA-50 등 전투기 약 20여 대가 참가한 공격편대군 비행 및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김경준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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