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통과 못 해
야당은 재정지출 확대 주장
22대 국회 통과도 난망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했지만, 정부 지출에 제동을 걸 재정준칙 법제화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민생회복지원금을 주장하고 있어 다음 국회 문턱 통과 여부도 미지수다. 건전재정을 내건 윤석열 정부조차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한 만큼 야당을 설득할 명분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국회 통과는 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날(28일) 열리는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지표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낸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이 재정 운용의 ‘안전띠’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간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작 기재부조차 스스로 재정준칙을 허물었다. 앞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지난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면 정부부터 이를 지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스스로 재정준칙을 어긴 만큼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선뜻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것도 재정준칙 통과 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에도 저성장 장기화 등을 이유로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여야 갈등에 재정준칙 법제화 등이 뒷전으로 밀리는 동안 지난해 국가채무(1,126조7,000억 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50.4%)은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최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21년 뒤인 2045년부터 나랏빚이 GDP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강제성을 부여한 재정준칙이 없다면 재정 운용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자는 측면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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