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일랜드 쌍둥이’ 낸 홍숙영 작가 인터뷰
“동생이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세상을 떠나자 허기와 졸음을 느끼는 것조차 미안했어요.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욕구가 이는지 해서요.”
곁에 있던 누군가를 잃고 찾아오는 죄책감은 일상 곳곳에 스며든다. 홍숙영 작가의 장편소설 ‘아일랜드 쌍둥이’에서 군대에 간 동생을 갑작스레 잃은 ‘수희’는 미술치료 워크숍에서 이런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의 말을 들은 ‘종현’도 오래 투병하다 죽은 형으로 인해 어린 시절 태권도 학원에 계속 다니거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억눌렀던 기억을 떠올리지만 “공감한다”는 말조차 가볍게 들릴까 꺼내지 못한다.
소설 ‘아일랜드 쌍둥이’는 이처럼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소설이다. 홍 작가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특별한 말을 하기보다 함께 앉아서 차라도 마시며 잠깐이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주는 게 더 위로가 된다는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기자와 PD를 거쳐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는 그는 매일 만나는 학생들을 위한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논문보다는 더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닿게 할 방법으로 장편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목인 ‘아일랜드 쌍둥이’는 같은 해에 태어나 생일이 1년이 채 차이 나지 않는 형제자매를 가리킨다. 피임을 하지 않는 아일랜드 가톨릭교도를 비하하는 단어에서 왔지만, 홍 작가는 이를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이들을 아우르는 의미로 썼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위로가 없던 탓에 천안함 피격과 세월호 참사 등의 사회적 비극이 한국 청년 세대에게 상처가 됐다는 것이 홍 작가의 말이다. 그가 “청년 세대의 높은 자살률은 사회의 책임”이라면서 “청년의 마음을 위로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홍 작가가 이런 의미를 담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7년이 걸렸다. 2002년에 현대시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하고 2014년 소설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가 된 그는 2017년 ‘아일랜드 쌍둥이’를 다 써놓고도 발표하는 대신 계속 고쳐나갔다. 홍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로 대중을 만날 기회라고 여겨서인지 미흡하고 진부하게 느껴져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읽고 “여러 번 읽고 싶다”는 반응이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많은 걸 쏟아부었고, (소설 설정에) 하나하나 의도가 있어요. 여러 번 읽어주시면 작가로서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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