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미래교육 주제 박람회
여수세계박람회장서 프레스 투어
AI로 세계 각국과 실시간 소통
1:1 맞춤형 교육 데이터 제공
마이클 샌델 등 세계 석학 방문
27일 오전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 한 교실에선 10여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유창한 영어를 뽐내는 선생님을 따라 발음을 하고, 칠판 크기의 대형 스크린 넘어 머나먼 외국의 한 학교 교실 학생들과 연결돼 실시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화면 밖 친구들은 한국에서 직선거리로 820㎞ 떨어진 중국 상하이 학생들이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 덕분이다. 이날 전남교육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프레스투어를 통해 '미래교실' 수업 현장을 공개했다. 박선미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 추진단장은 "박람회 기간 완도 보길초‧경북 울릉초 등 섬 지역 학생들이 '줌'으로 만나고 중국 상하이‧일본 오사카‧우즈베키스탄의 학교도 연결해 국경을 넘나드는 학습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자랑했다.
전남교육청이 준비한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 중 '글로컬(glocal)'은 '세계화(global)'와 '지역화(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이번 교육박람회에선 각 지역이 대등한 입장에서 ‘공생의 교육, 지속가능한 미래’ 주제에 맞춰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교육부와 전남·경북교육청 공동 개최로, 미래 교육을 주제로 한 국내 첫 대규모 박람회다. 예상 관람객은 16만 명에 달한다.
이 자리에는 유치원, 초·중등, 프로젝트 교실 등 총 6개 실이 구축되며 5일간 1,1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59시간의 수업이 열린다. 수업 주제는 세계시민(다문화), 디지털, 지역 연계, 생태전환 등이다. 국어‧과학‧물리‧체육‧역사‧예술경험 등 다양한 과목이 편성됐다.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전남 작은학교’ 경쟁력을 눈앞 현실로 만나볼 기회다.
전자칠판과 태블릿 PC, 초고화질 폐쇄회로(CC)TV가 연결된 중등 교실에선 학생들의 실시간 집중도와 참여도, 교실 온·습도 등 데이터를 AI가 파악해 1:1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했다. AI 로봇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습을 도왔다. 박 단장은 "미래교실은 각 학생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빅데이터를 통해 입체적 학습이 가능하다"며 "수집된 데이터는 외부와 철저히 분리된 폐쇄 시스템에 저장돼 해당 교사 외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박람회 기간 실제 전남의 학교와 중국‧일본 현지 학교와 함께하는 온라인 교류 수업도 진행된다. 신안 증도초는 상하이 한국학교 학생과 함께 중국 여행 계획을 세우고, 광양고는 오사카 미노오히가시고와 한국‧일본 여행지를 소개하는 활동을 한다. 여수한려초병설유치원과 완도 보길초․경북 울릉초 등은 기후 위기와 지구환경을 살리기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하고, 영암 삼호고와 우즈베키스탄의 학생들은 ‘생태’를 주제로 온라인 협동 시집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세계 각국 교육 현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제교육관도 눈에 띄었다. 캐나다·독일·호주·네덜란드·인도·중국 등 22개국이 합류했다. 영국 부스에서는 중등학교의 과학‧외국어 교사가 현장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과목당 15분씩 실제 수업을 연다. 수업 후에는 시험을 치르면서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영국의 ‘STEM’교육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모로코는 이동식 멀티미디어 교실인 ‘카라반&모두를 위한 코딩’을 보여준다. 이 교실은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시골이나 소외 지역 곳곳을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는 ‘움직이는 미래교실’인 셈이다. 노르웨이는 ‘시험 없이’ 자기 주도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민중학교를 소개하고, 시공에 구애받지 않고 맞춤형 수업을 하는 몽골의 ‘메들 E-스쿨’과 독일 뮌헨 교육개발연구소의 학습 플랫폼 등이 펼쳐진다.
미래 교육 콘퍼런스는 세계적 유명 석학이 총출동한다.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이름을 알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공생의 교육'을 주제로 한국사회가 당면한 지역소멸 위기 극복 방향을 논의한다.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전용 자동차를 개발한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은 AI 디지털 발전과 학교 교육을 다룬다. 싱가포르를 교육 강국으로 이끈 ‘탄운셍’ 전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IE) 총장, 구글이 선정한 최고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지역 중심의 교실 수업 방향성’을 강조한 ‘폴킴’ 미국 스탠퍼드대학 부학장 등도 참여한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박람회 기간 국내외 석학, 22개 각국의 교육기관, 글로벌 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교육 대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