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25일 폐막하며 시상식 열어
'에밀리아 페레스'의 성전환자 가스콘 수상
이란 라술로프 감독은 특별상 수상 눈길
황금종려상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
프랑스 칸영화제 최초로 성전환자가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영화 촬영 중 여성 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가 이란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이란 감독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얼굴과 머리에 두르는 천인 히잡은 이란의 이슬람 신정 정권이 여성에게 강제하는 의복으로, 여성 탄압의 상징이다.
여자배우상 4명 이례적 공동 수상
제77회 칸국제영화제는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의 뤼미에르대극장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을 열고 프랑스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과 아드리아나 파즈, 설리나 고메즈, 조이 살다나에게 여자배우상을 공동으로 수여했다. 스페인 배우 가스콘은 성전환자로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배우상을 받았다. 가스콘은 ‘에밀리아 페레스’(감독 자크 오디아르)에서 성전환 수술을 원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 델 몬테를 연기했다. 파격적인 내용으로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모은 ‘에밀리아 페레스’는 심사위원상까지 가져갔다. 칸영화제에서 한 영화가 두 개 이상 상을 가져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여배우 네 명의 공동 수상도 매우 이례적이다.
눈길을 끈 수상 결과는 더 있다. 이란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반(反)히잡 시위를 소재로 한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라술로프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여성 배우들이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기게 했고 이 때문에 징역 8년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최근 선고받은 후 이란을 탈출해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더 시드 오브 더 새크리드 피그’는 24일 공식 상영회에서 12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아 수상이 유력시됐다. 라술로프 감독은 시상식 전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폭압적 사회 분위기 때문에) 영화 촬영보다 마약밀매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스트리퍼 주인공 영화 황금종려상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미국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가 가져갔다. ‘아노라’는 젊은 여성 스트리퍼를 중심인물로 내세운 블랙코미디다.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스트리퍼가 시부모 때문에 결혼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2015)으로 주목받은 후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로 명성을 얻었다. ‘레드 로켓’(2019)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처음 진출한 후 이번이 첫 수상이다. 베이커 감독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성매매업 종사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밝혔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인도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가 차지했다. 뭄바이에서 일하는 두 여성 간호사를 통해 인도 사회의 여성 억압과 종교 갈등을 비판한 영화다. 감독상은 포르투갈 영화 ‘그랜드 투어’의 미겔 고메스 감독이, 각본상은 미국 영화 ‘더 서브스턴스’의 코랄리 파르자가 각각 받았다. 제시 플레먼스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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