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우발적 살해 주장 인정 안 돼"
유족 "중형 선고됐으면 하는 아쉬움"
이혼 소송 중에 별거하던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변호사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 정황이 극히 불량하고 너무나 잔혹할뿐더러 자녀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검찰 구형은 무기징역이었다.
미국 변호사 면허를 보유한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혼 소송 중이던 피해자는 자녀의 옷을 가지러 잠시 집에 들렀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엔 부부의 어린 아들도 있었다고 한다.
수사단계에서부터 A씨 측은 "(피해자를)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상해치사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마지막 공판에선 "미필적 고의(위법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위한 의사)는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피해자가 반려동물을 발로 차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 살인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범행 당시 상황을 녹음한 음성 파일에 대해서도 A씨 측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편집된 채 제출됐을 수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녹음 파일엔 피해자가 아들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과, A씨에게 "미안하다"며 타이르듯 비명을 지르는 음성이 담겼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도발로 우발적 살인을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물리쳤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에선 평범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엄청난 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목을 조른 적은 없었다고도 하나, 부검 감정서를 보면 이 역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 후 A씨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직후 피해자의 의식이 있었다고 진술했음에도, 정작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고 다른 곳에 있던 딸까지 살인현장으로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선고 후 피해자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재판부가 우리 법에 부합하게 판결을 해주긴 했지만, 사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좀 더 중형이 선고됐으면 하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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