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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소송 줄이자"… 법원, 민사 재심에 '문턱' 높이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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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묻지마 소송 줄이자"… 법원, 민사 재심에 '문턱' 높이기 검토

입력
2024.05.22 16: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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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심에선 사유 먼저 검토해 통제
민사는 한 명이 재심 17회 '남소' 폐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이 민사소송에서의 재심 제도 개선 작업 마련에 착수했다. 형사소송에서처럼 재판부가 재심 개시 사유만 먼저 검토한 뒤 사건 종결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하는 방향이다. 이렇게 하면 '묻지마 소송'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3월 '민사 재심 제도의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최근 10년간 사건 현황 분석, 법관 인터뷰, 해외 입법례 조사 등을 통해 민사소송 재심 절차의 신속·효율성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법원이 가진 문제의식은 민사 분야에서의 재심 절차가 형사보다 까다롭지 않아 재심 제기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개시와 심판 단계로 구분돼, 개시 단계에서 재심사유가 있는지 우선 따진다. 개시 절차는 판결(각 심급을 마무리하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아닌 결정(판결에 비해 가벼운 사항에 대한 판단)으로 판가름하기 때문에 변론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재심을 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기각도 가능하다.

반면 민사 재심은 개시 절차가 없다. 하나의 판결로써 재심 사유에 대한 판단, 종국 결론(최종 판단)을 같이 내리도록 돼있다. 소송의 적법성 등을 본안심판과 분리해 미리 심리하는 중간판결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변론기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법원 일각에선 이런 제도적 한계를 재판 지연의 한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소송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재심을 남발하는 경우에도 일일이 변론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1심을 번복해 달라며 제기되는 민사 재심은 매년 300건 안팎이지만, 90%가량이 각하 또는 소송 중 취하 등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이런 재심 남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한 원고가 17차례나 재심을 청구해 재판부가 진땀을 뺀 일이 있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형사재판은 재심의 개시절차가 엄격히 분리돼 있지만, 민사재심은 비교적 재판부 재량에 맡겨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소권 남용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6개월간의 정책연구를 통해 형사 재심처럼 절차를 이분화하는 방안(입법적 해결), 현행법 내에서 심리방식을 개선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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