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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 or 플렉스, 상반된 예능의 등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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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 or 플렉스, 상반된 예능의 등장 배경

입력
2024.05.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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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절약 예능 '짠남자'·'하이엔드 소금쟁이'
묘미는 유익성과 재미

김종국이 '짠남자'에서 절약을 위해 했던 일을 떠올렸다. MBC 캡처

김종국이 '짠남자'에서 절약을 위해 했던 일을 떠올렸다. MBC 캡처


예전에는 돈 안 쓰면 '짠돌이다' 같은 안 좋은 얘기들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저희들을 데리고 프로그램도 만들어 주시는 걸 보니 세상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이 '짠남자'에서 한 말이다. 그는 남다른 절약 정신으로 알려져 있는 스타다. 오마카세의 인기가 저물고 가성비의 시대가 열린 걸까. 새로운 절약 예능들이 시청자를 찾는 중이다.

MBC '짠남자'는 지난 7일부터 대중을 만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저성장·고물가 시대에도 아직 플렉스의 잔당으로 남은 흥청이‧망청이들의 소비 습관을 낱낱이 파헤치는 잔소리 예능이다. '짠남자'의 뒤를 이어 21일에는 KBS2 '하이엔드 소금쟁이'가 출격을 알렸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잘 쓰고 잘 모으는 스마트한 소금쟁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줄 전국민 부자 메이커 프로젝트다.

이러한 예능은 많은 시청자들의 최근 관심사와도 맞아 떨어진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도 한풀 꺾인 가운데 절약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짠남자' '하이엔드 소금쟁이' 등은 시청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반영한다. KBS2 '김생민의 영수증', KBS 조이 '국민영수증'이 떠난 후 생겼던 빈자리는 '돈을 잘 쓰는 방법'을 향한 대중의 관심 속에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절약 자체가 예능 소재로 사용될 수 있기도 하다. 일명 거지방이라고 불리는 오픈 채팅방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이 채팅방의 이용자들은 자신의 지출 내역을 공유하며 현명한 소비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평가받는다. 거지방이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팁을 나눌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한 절약 정신이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반한 이들도 있었다. 가령 이 채팅방에서 누군가 립 제품을 사도 될지 물으면 소비를 하는 대신 입술을 꽉 깨물어 빨갛게 만들라는 조언이 돌아오곤 한다. '짠남자'에서도 절약은 유머 소재 중 하나다. 김종국은 "어린 시절 돈이 아까워서 여자친구를 보러 가지 않았다"고 말해 출연진을 웃게 만들었다.

절약 예능·플렉스 예능의 공존

'슈퍼리치 이방인'은 상위 1% 슈퍼리치들의 한국 라이프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쇼다. 넷플릭스 제공

'슈퍼리치 이방인'은 상위 1% 슈퍼리치들의 한국 라이프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쇼다. 넷플릭스 제공

시선을 모으는 점은 TV 속에 절약 예능과 플렉스 예능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은 상위 1% 슈퍼 리치들의 럭셔리한 한국 라이프를 담는 리얼리티쇼다. 사자를 키우고, 내부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에 사는 부자 출연자들이 돈을 쓰는 스케일은 많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방송 소재로 절약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대비되는 플렉스 예능의 존재가 무척이나 과감하게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물가도 올라가면서 짠테크, 중고시장 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절약은 예능의 새로운 테마가 됐다. 먹고살기 힘들어질수록 부에 대한 갈망이 커지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부에 대한 이야기 또한 절약 콘텐츠와 함께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V 속 다양한 소비 형태는 때로는 지혜를, 때로는 쾌감을 선물하는 중이다.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 이야기가 앞으로는 예능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이 모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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