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3석 개혁신당 이색 전대룰
대학생·언론인 패널에게 전당대회 25% 할당
토론부터 현장투표까지 평가단으로 참여
'바가지머리, 하얀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어딘가 긴장한 듯한 표정.'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주말 이른 아침부터 100명 넘는 대학생들이 몰려 들었다.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나 쉽게 볼 법한 옷차림과 표정들. 다만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 사이에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들을 처음 맞이한 건 '희망찬 내일, 함께하는 개혁'이란 문구가 적힌 주황색 걸개였다. 한쪽 벽면으로는 '대통령을 만들 사람' 등 저마다의 문구가 새겨진 당대표 출마자들 사진들도 보였다. '열린 전당대회'를 표방한, 개혁신당이 처음 시도하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자리였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이들에게 당당히 한 표를 행사할 '자격'을 얻은 '대학생 심층 평가단'의 패널이었다.
본보 기자 역시 이날 평가단 일원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전당대회 포문을 연 출마 후보 '수도권 합동연설회' 시작 15분 전인 오전 9시 45분쯤, 기자는 '대학생 패널' 'PRESS'라고 적힌 지정석 구역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 주변으로 일찌감치 도착한 패널들이 제 자리를 속속 채우고 있었다.
연설회는 '정견발표→주제토론→주도권토론→현안토론→주도권토론→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대학생 패널들은 마치 수업을 듣는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무릎 위에 공책을 얹은 채 열심히 필기하거나, 태블릿PC로 후보자들의 정보를 꼼꼼하게 검색하는 패널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기자가 실제 한 표 행사...후보들 대학생 패널에 신경
대학생 패널들의 집중과 관심에 후보들도 응답했다. '디지털 정당'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약을 내세운 공당의 대표를 맡겠다는 이들다운 모습이었다. 후보들은 수시로 객석의 반응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개혁신당은 보수정당이다. 동성애자를 위한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거나 방치하는 정당은 보수정당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객석이 웅성였다. 예상치 못한 천강정 후보의 강성 보수 발언이었다. "(아동)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지자 술렁임의 피치가 한층 올라갔다.
다른 후보들이 급히 나섰다. "(천 후보 발언은) 우리 당의 당론이 아니다"(이기인 후보), "동성애자들이 치료받아야 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발언 조심하셔야 한다"(전성균 후보) 등 발언이 이어졌다. 경쟁자가 아닌, 패널들을 의식한, 같은 정당의 동료로서의 진화였다. 당연히 충성 지지층만을 고려한 치우침을 막는 '열린 전당대회'의 긍정적인 모습으로도 해석이 가능했다.
패널들 평가도 대체로 '긍정'에 가까웠다. 어주호(21·한국대학생토론연합 의장)씨는 "(이번처럼) 청년이 묻고 정치권이 답하는 자리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박수를 보냈다.
우왕좌왕한 행사 진행 등에는 아쉬운 평가
물론 아쉬움을 토로하는 패널도 일부 포착됐다. 질의응답에 질문자를 단 한 명으로 제한한 걸 꼽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답변 시간은 후보당 달랑 1분에 그쳤다. 두 시간 가까이 토론을 듣고 잔뜩 쌓인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대학생들의 표정에 아쉬움이 역력했던 이유다. 영상 송출이 끊기고, 기념 촬영 동선이 맞지 않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졸' 등은 참여하기 어려운, 다양성의 제한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2세 여성 A씨는 "모집 대상이 대학생, 언론인으로 제한되고, 참여 범위가 토론 시청과 투표로만 한정되어 아쉬웠다"고 전했다.
개혁신당 "다양한 유권자 의사를 반영한 의미 있는 실험" 자평
개혁신당은 이번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 당원 투표는 50%만 반영하도록 하고, 나머지 50%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평가단에게 절반씩 배분했다. 특히 대학생과 기자 평가단 486명(대학생 390명·기자 96명)을 선발, 평가의 25%를 배분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주로 충성 당원에만 표를 주거나 일반인 여론조사를 반영하더라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 울타리를 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전당대회에선 허은아 전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기인 조대원 전성균 후보가 2~4위를 차지, 최고위원을 맡게 됐다. 기자 역시 전반적으로 뛰어난 토론 실력과 리더십을 보여준 '당대표감' 후보에게 한 표, 당에 다양성과 젊음을 더해줄 '최고위원감' 후보에게 한 표씩을 던졌다.
전당대회를 담당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자평하며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면서 더 많은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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