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정화작업 충실" 정부 주장에
법원 "계약상 채무 불완전 이행해"
국가로부터 옛 미군기지 부지를 사들인 건설업체가 정부의 미흡한 정화작업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송승우)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산이 청구한 93억4,695만 원 전액을 인용했다.
현산은 2016년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캠프 라과디아' 부지를 446억여 원에 사들여 주상복합단지 분양사업을 추진했다. 주한미군이 1964년부터 약 40년간 항공대나 헬리콥터 부대 주둔용으로 사용하다가 2007년 반환한 땅이었다. 그러나 토양정밀조사에서 우려기준을 넘는 불소·아연 성분이 검출되면서 사업은 중단됐고, 예정에 없던 정화∙검증작업이 추가돼 사업비는 증가했다.
이에 현산은 "국가가 오염토지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팔았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국가는 "정화 작업은 충실했고, 불소는 기반암인 화강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2년 실시한 검증에서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 TPH(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근거로 댔다.
법원은 현산 측 손을 들어줬다. 불소가 지질적 요인에 의해 검출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국가가 실시한 선행 정화작업은 애초 일부 물질만 대상으로 이뤄져 불완전하다고 판단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거해 국가 책임은 제한돼야 한다"는 정부 주장 역시 "지하 깊은 곳의 오염토양을 건설사가 계약체결 당시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물리쳤다.
재판부는 "피고가 오염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토지를 인도한 건 계약상 채무의 불완전 이행에 해당한다"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각 용역비에 해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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