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아리아, 독일 가곡 오케스트라 편곡 '어둠에서 빛으로'
"클래식 음악에 스토리텔링 더해야 청중 주목도 높아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한국인 최초 주역 가수를 거쳐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53).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이라는 수식어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무엘 윤이라면 충분히 어울린다. 1998년 이탈리아 트레비소에서 구노의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사무엘 윤이 데뷔 26년 만에 첫 앨범을 낸다. 성악가의 음반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독일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에 오케스트라 반주를 곁들였다.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에서 최근 만난 사무엘 윤은 "오페라 가수는 무대 위 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음반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며 "이번 음반은 가곡도 오페라처럼 해석하고 오케스트라 반주로 편곡해 하나의 작품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배 음악가들에게 길 열어 주는 게 소명"
데카코리아 레이블로 발매되는 앨범 제목은 지난해 10월 열었던 국제 데뷔 25주년 기념 리사이틀 타이틀과 같은 '프롬 다크니스 투 라이트(From Darkness To Light·어둠에서 빛으로)'다. 그의 성공이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난 끝에 얻은 빛이라는 의미다. 앨범엔 참고 견딘 인고의 삶이 담겼다. 슈베르트의 '도플갱어'와 '죽음과 소녀', '마왕', 브람스의 '죽음, 그것은 서늘한 밤', '다시 네게 가지 않으리' 등 어둠, 좌절, 절망, 죽음 등과 관련된 예술가곡과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중 '잘 있거라. 내 대담하고 뛰어난 딸아', '파우스트' 중 '당신은 잠들려고 하지만' 등 그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리아들로 구성했다.
사무엘 윤은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의 종신 가수를 과감히 포기하고 2022년 귀국해 모교인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때부터 바리톤 김기훈과 함께한 '도플갱어'를 필두로 클래식 음악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연극적 무대를 선보여 왔다. 유럽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발트 앙상블과의 지난해 여름 협연과 가을 독창회에서도 콘서트 무대에 연기와 안무를 더했다. 그는 "클래식 청중과의 접점 확대로 차세대 음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 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았다"며 "클래식 음악만으로는 영향력이 부족하지만 연극 등 다른 장르와 만나면 주목도가 확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인생엔 늘 위험 부담 따르는 법"
사무엘 윤의 성공 스토리 뒤엔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지만 수학 교사인 아버지는 성악가의 길을 반대했다. 서울대 합격을 조건부로 내건 아버지의 허락으로 고등학교 3학년 10월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해 그해 서울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2012년 바이로이트 축제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그는 축제의 다른 작품인 '로엔그린'의 헤어루퍼 역과 네덜란드인의 커버(대체 배우)로 계약했다. 개막 나흘 전이자 최종 리허설 6시간 전에 이 배역을 제안받았다. 그는 "내가 커버 계약은 했지만 축제 측에서는 내가 맡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2, 3순위의 커버 목록도 갖고 있었다"며 "나에겐 선택 사항이 아닌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사무엘 윤은 인생의 매 순간에 위험 부담이란 무조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곡을 오케스트라 편곡하고 연기까지 하는 무대는 사실 제게도 무척 두렵고 부담스러운 시도죠. 하지만 편하게 공연하고 음반 내는 길을 생각했으면 귀국하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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