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현장서 '문화계 여성 대표 대담 행사' 칸에서 열어
3대 영화제 수상... "관심이 가장 큰 비결"
"영화계 여성 진출 늘었으나 아직 불평등"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여성 배우들이 오래 연기를 하게 됐다는 겁니다. 한 배우가 여성의 전 생애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거죠.”
박수가 쏟아졌다. 카메라가 몰렸다. “줄리앤, 여기 좀 봐줘요.” “이쪽으로 딱 2초만요.”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려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미국 배우 줄리앤 무어(65)는 환한 미소로 응대했다. 19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의 마제스틱호텔에서 열린 대담 행사 ‘위민 인 모션’에서였다. 그는 사진 촬영이 끝난 후 40분가량 여성 배우로 살아온 지난 삶을 이야기했다. ‘위민 인 모션’은 프랑스 명품패션그룹 케어링이 2015년부터 매년 칸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여는 행사로 문화예술계 유명 여성의 생각을 듣는 자리다. 기자 40명가량이 초청된 이날 행사에 한국일보는 국내 매체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연기의 기본은 각본이다"
무어는 10년 만에 칸을 방문했다. 2014년 캐나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맵 투 더스타’로 칸영화제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프랑스에 너무 오래 체류해 미국 롱아일랜드주 집으로 일찍 돌아가야 했다. 무어는 “전화로 수상을 통보받았다”면서 “(칸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너무 멀어 도저히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TV 분야 미국 최고 권위의 상인) 에미상을 받을 때도 연극하느라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고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들었는데, 제게 전화는 행운의 상징인 듯하다”고 덧붙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무어는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모은 트로피가 그의 이력을 대변한다. 2002년 ‘파 프롬 헤븐’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자배우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아워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스틸 앨리스’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모두 받은 두 번째 여성 배우다.
남들은 하나만 받아도 영광스러울 트로피들을 집 안 한 곳에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무어는 '관심'을 꼽았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식으로 궁금증이 이어진다”며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일 속에서 사람은 어떤 행위를 할까가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무어는 “연기를 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를 하고는 한다”면서도 “각본이 교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각본의 각 페이지 위에서 캐릭터가 형성된다”며 “배우가 각본을 읽을 때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될수록 연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고 밝혔다.
"성별 동등 위해선 입법 활동 필요"
1984년 미국 드라마 ‘밤의 끝자락’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지 40년. 무어는 가장 급격한 변화로 ‘여성 배우의 장수(Career Longevity)’를 꼽았다. 그는 “메릴 스트리프(75)가 얼마 전(지난 14일 칸영화제 개막식에서) (여성 배우이기에) 마흔 살에 모든 것이 끝나버릴 줄 알았다고 말했다”며 “(그의 예감과 달리) 우리 인생의 모든 단계를 표현하는 여성들을 우린 보고 있고 이는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스트리프는 칸영화제 개막식에서 미국 감독 조지 루카스,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스튜디오 지브리와 함께 명예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명예황금종려상은 세계 영화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평생공로상이다.
무어는 영화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진 것도 변화한 점이라고 봤다. 그는 “시드니 스위니와 젠데이아 콜먼처럼 젊은 여성 배우들이 연기와 제작을 겸한다”며 “우리 세대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무어는 “제작뿐만 아니라 감독, 촬영 등 예전에는 여성을 보기 힘들었던 영화 각 분야에서 여성이 활약하고 있다”면서도 “여성이 아직 소수에 불과해 성별 동등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남녀 성별 비율은 50 대 50 정도입니다.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이 비율이 유지되는데 중등학교를 들어갈 무렵부터 (모든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줄어듭니다. 이건 문화의 문제이고, 이를 바꾸기 위해선 입법 행위가 필요합니다. 한발 내디딜 때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아직 계속해야 될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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