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의 테러사', 일본책 표절 의혹
목차·내용까지 베끼기...제목만 달리해
일본학 전공자들, 수년 전부터 문제 제기
오욱환 "표절 맞지만... 그게 다가 아냐"
유명 변호사 오욱환의 책 '일본의 테러사'가 4년 전 발간된 일본책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오 변호사는 표절 사실을 일부 시인했으나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과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법조계에서 알려진 인물인데다 최근에는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하는 민간 학술단체 '동아시아연구원'을 발족해 동아시아 역사 연구가로 인생 2막을 예고한 바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 변호사가 쓴 다른 저서들도 비슷한 의혹을 받는다. 이번 표절 논란은 16일 일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대학원생 안모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 변호사의 신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안씨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저자의 신간을 봤는데 내가 읽었던 책과 목차와 내용이 매우 흡사했다"며 "번역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복붙 수준으로 내용을 베꼈는데 자신이 쓴 연구서로 포장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11월 일본에서 발간된 이치다카 다로의 책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는 이번에 출간된 오 변호사의 신간과 제목만 다를 뿐 목차와 내용이 유사하다. 1장부터 7장까지 목차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암살을 넘어 군국주의로'라는 마지막 장만 추가됐다.
오 변호사가 과거에 펴낸 저서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안씨에 따르면 2022년 10월에 낸 '승리한 전쟁 임진왜란 그 시작과 끝'도 출간 당시 전공자들 사이에 일본의 나카토 히토시 교수 등이 쓴 '문록경장의 역'의 표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문록경장'은 일본에서 임진왜란을 부르는 명칭이다. 두 책 역시 목차의 순서와 문구가 판박이처럼 유사하다. 2023년 9월 나온 또 다른 책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누구인가'도 2022년 11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에야스 명어록'과 구성과 내용이 상당히 유사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출판계에서는 해당 책을 출판한 조윤출판사에도 표절 논란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윤출판사는 표절 의혹에 휩싸인 오 변호사의 모든 저서를 출판했다. 특히 신간 '일본의 테러사' 책 소개는 '암살 막부 말기 유신사'를 설명한 일본 출판사 중앙공론신사의 소개 글과도 유사하다. 조윤커뮤니케이션의 소개 글은 "개항으로부터 왕정복고까지 겨우 20년 동안에 테러 건수는 160건이 넘는다. 왜 이 시기에 이토록 암살이 집중됐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시작하는데 중앙공론신사 역시 "메이지 유신은 근대 일본의 원점으로 여겨지지만 일본 역사상 암살이 빈발한 시기다. 그들은 왜 암살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 변호사는 자신에게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전체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게 다는 아니고 책에서 사정을 다 설명했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의혹 글을 올린 안씨의 SNS를 찾아가 "왜요? 같이 공부합시다"라는 댓글을 달아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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