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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은 미얀마 국민정부 장관들 "미얀마는 5월 광주…연대·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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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은 미얀마 국민정부 장관들 "미얀마는 5월 광주…연대·지지를"

입력
2024.05.17 16:30
수정
2024.05.17 18:27
17면
0 0

광주 찾아 국제사회 연대 호소
"민주주의 결코 포기해선 안돼
5·18 기억하고 알리는 것 중요"

광주를 찾은 틴 툰 나이(왼쪽)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 마 아웅 외교부 장관. 김진영 기자

광주를 찾은 틴 툰 나이(왼쪽)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 마 아웅 외교부 장관. 김진영 기자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어선 안 됩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of Myanmar·NUG) 틴 툰 나이(53)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 마 아웅(49) 외교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NUG는 2021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진영이 만든 임시정부다. 한국인들에게 80년 광주는 과거의 유산이지만,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맞서 4년째 투쟁하는 그들에게 있어 5·18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판이다.

이들은 16일 미얀마 군부 독재의 실체를 폭로하고, 국제사회에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광주를 방문했다. 17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만난 틴 툰 나이 장관은 한국인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선 숨 쉬듯 자유와 인권을 말할 수 있지만, 미얀마에선 결코 허락되지 않는 일"이라며 " 책임 있는 지도자가 5·18을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인들에게 "5·18을 기억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진 마 아웅 장관은 "미얀마 국민들은 독재 정권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며 "예전에는 동사무소 공무원만 해도 시민들을 우습게 볼 정도로 고압적이라 동사무소 가는 일조차 무서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다 5년간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잠깐 경험했는데, 결코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며 "보편적 자유와 인권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5·18은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진 마 아웅 장관은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미얀마 사람들이 5·18을 알게 되고 또 공감했다"며 "영화에서 묘사되는 광주의 모습은 현재 미얀마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고 밝혔다. 그는 "5·18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구하고 군부 독재의 학살을 폭로한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용기였다"며 "이는 미얀마 사람들이 봄의 혁명(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지지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8일 국립 5· 18 민주묘지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진 마 아웅 장관은 "한국인들이 항쟁을 통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쟁취해냈는지, 광주 시민들은 독재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젊은 사람들이 5·18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국립 5· 18 민주묘지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 사람들 역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틴 툰 나이 장관은 인터뷰 도중 미얀마의 지도와 사진을 보여주며 "봄의 혁명 당시 군부가 국민들을 학살하고 빼앗은 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이곳에 국립 5· 18 민주묘지처럼 추모탑을 세우고 민주평화대행진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군부 독재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절실하다. 진 마 아웅 장관은 "군대는 정부의 명령을 받아야 하며 정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80년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국제사회가 큰 역할을 했듯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미얀마의 마지막 싸움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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