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미조직 노동자 등 노동약자 권리 향상 나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노동약자 보호' 전략적 선택한 듯
노동계 "정책 방향 전환 긍정적" "추진 방식은 반대"
노동법원 설치 두고도 "대체로 찬성하지만 숙의 필요"
윤석열 정부가 16일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 지원법) 제정을 공식화했다. 현행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배달라이더, 웹툰 작가 등 플랫폼 노동자,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운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를 법으로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동계 숙원인 노동법원을 설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노사법치주의’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노동개혁 시즌2’로 평가할 만하다. 노동계는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노동약자 지원법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동약자 두텁게 보호" 새판 짠 정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노동관계법과 제도는 조직화되고 전형적인 근로자 보호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노동약자 지원법 제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산업형태 변화로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를 법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의 후속 조치다. 질병·상해·실업을 겪은 노동약자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공제회 설치가 법안의 핵심이다. 아울러 △노동약자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노동약자를 위한 표준계약서 개발 등의 내용이 담긴다.
정부는 그동안 건설노조 수사, 최저임금 소폭 인상, 실업급여 축소 등 노동에 투입하는 예산을 축소하고 노조를 압박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노동계와 야당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 보호’ 카드를 전략적으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반응은 엇갈린다. 우선 플랫폼 노동자 등 노동약자를 현행 노동법상의 ‘노동자’로 인정해 기존 노동자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새로운 법으로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방식과는 다르다. 구교현 민주노총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보인 모습보다 진일보했지만, 노동약자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간주하고 권리를 일부만 보호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정부의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식은 기존 노동법이 규정하는 노동자 기준과 너무 다르다”며 “기존 노동법이 산업화 시대 규범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노동 방식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법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당장 도움이 필요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법안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만하다"고 했다.
노동법원 설치도 공식화.. 추진 동력은 미지수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이 밝힌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해서도 “즉시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가정법원, 특허법원처럼 노동 사건만 전담하는 노동법원을 임기 내 설치하겠다며 관련 부처에 준비를 주문했다. 노동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작해 중앙노동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친다. 사실상 '3심제'가 아닌 '5심제'여서 노동계와 사법부,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으로 노동법원 설치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현 정부가 사법체계를 바꿀 동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사법시스템을 바꾸는 노동법원 설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세심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은정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 노동위원회 제도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노동법원 설치 논의는 필요하다”면서도 “법원 구성, 기존 노동위원회와의 역할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 끝에 나왔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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