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겨냥 '신고 무마용' 돈 갈취
10대 미성년자 시켜 집단 폭행 청부도
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들이 16일 전북경찰청에서 음주운전자 및 지적장애인 대상으로 공갈·사기 범행을 한 일당 검거 브리핑을 열고 압수한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전주=뉴스1
지적장애인 등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저질러 1억 8,000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16일 “공동공갈·사기·폭행 등 혐의로 10~30대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0대 A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은행 업무에 서툰 20, 30대 지적장애인 4명에게 접근해 이들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받거나 기초수급비 등 1억 1,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A씨 일당은 지인 소개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난 장애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겠다”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꼬드겼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본인 명의 계좌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피해자 명의 계좌를 여러 단계에 걸쳐 송금하면서 돈을 빼돌리는 치밀함도 선보였다.
A씨 등에게는 전주시 효자동 일대 유흥가 주변에서 음주운전자 7명을 상대로 경찰에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약 7,0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더해졌다. 이들은 △물색조 △추격조 △바람잡이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심야시간대에 운전대를 잡은 취객을 물색한 뒤 다른 한 명이 뒤쫓아가 차를 멈춰 세우고 나서 또 다른 한 명이 합류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을 썼다. 일부 피해자가 신고 무마용으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OOO(피해자)를 혼내줘라. 뽀찌(은어·팁)를 주겠다”며 평소 알고 지냈던 10대 5명에게 집단 폭행을 청부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노려 A씨 등이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 일당은 대부분 무직이었으며 갈취한 돈은 주로 생활비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만 있어도 대출, 송금 등 대부분 금융 거래가 가능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휴대전화를 주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주면 안 된다”며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범죄 행위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범행 흐름도. 전주완산경찰서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