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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민사 항소하려면 '이유서' 내야... 서울고법, 심리모델 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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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년부터 민사 항소하려면 '이유서' 내야... 서울고법, 심리모델 개발 착수

입력
2024.05.1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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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민사소송법 시행 대비, TF 구성
항소이유서 의무화... 재판 지연 해소
형평성 위해 직권조사 기준 마련부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부터 민사소송 2심 판단을 받으려면 '항소이유서'를 반드시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항소 남발을 막기 위해 민사소송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숙원인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는 목적이지만, 법 조항을 새로 만든 만큼 모든 재판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숙제다. 서울고법이 이런 사정을 감안해 항소심 심리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신속하면서도 충실한 심리를 담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1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지난달 말 '항소심 심리 모델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고법 부장판사를 팀장으로 고법 판사 7명, 자료제공 등 협조를 위한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 1명 등 총 9명으로 팀을 꾸렸다.

TF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대비하는 취지다. 개정법안의 핵심은 민사소송 항소심 단계에서 항소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항소 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0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으면 항소가 각하된다. 항소인이 신청하면 한 차례, 30일 연장할 수 있다. 형사소송에선 항소이유서를 20일 이내 제출하도록 하지만, 민사에선 의무화 규정이 없었다.

개정안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가장 역점을 둔 재판 지연 해소의 해결책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1심 판결 확정을 막으려 무작정 항소를 제기해도 사건 종결을 위해선 판결 선고밖에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사건 처리가 길어져 2020년만 해도 평균 235.6일 걸렸던 항소심 기간은 2022년 332.7일로 무려 100일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민사 항소심 재판부는 통상 3주 이내 항소 이유를 기재한 준비서면 및 증거를 제출하라는 석명준비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항소 이유가 없는 준비서면을 제출할 때가 많다고 한다. 첫 변론준비기일에 임박해서야 준비서면을 제출해 재판 상대방이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재판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준비서면 제출이 늦어지면 첫 변론에서 양측 쟁점이 부각되지 못해 두 번째 기일에서야 쟁점이 도출되고, 재판부도 그제야 심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민사 항소심 평균처리기간.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5년간 민사 항소심 평균처리기간.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법부 안에서도 재판의 신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항소심 심리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3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2025년 민사 항소이유서 제출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 방안'이 주요 현안으로 보고된 것이 단적인 예다. TF는 우선 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의견을 청취·검토한 뒤 9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펴낼 계획이다.

새 심리 모델의 성공 여부는 재판부별 형평성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개정안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직권조사 사항이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 이유가 기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하하도록 한다'(민사소송법 402조의3)고 규정하고 있어, 직권조사 사항을 판단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 효율성을 높이고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면서도 재판부 간 형평성을 맞출 정교한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개선된 항소심 심리 모델로 개정안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심리 방식 편차를 줄이고, 재판 지연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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